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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연봉이 무려 300억원, 글로벌 인재 유혹하는 차이나머니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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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해외인재 유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당국은 물론 유명 기업인들까지 한 목소리를 내며 분위기 몰이에 나서고 있다. 금전적 지원은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약속하며 글로벌 인재들을 유혹한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선두에는 최근 중국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ICT 기업들이 있다.

높은 성장, 혁신적인 분위기, 높은 보수 삼박자 #세계 첨단 기술 인재 중국에서 새 기회 노려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는 최근 자체적인 MBA 과정인 AGLA(알리바바 글로벌 리더십 아카데미)를 설립, 32명 인재를 유치했다.이번 과정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3300명의 지원자들이 몰렸다. 알리바바는 이들 중 최고만을 추렸다. 향후 10년 기업을 이끌어 나갈 비즈니스 리더로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알리바바는 오는 2026년까지 매년 102명의 잠재력이 큰 인재를 발굴, 항저우 본사에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텐센트는 지난 2월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GDC(게임 개발자 전시회)에서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노골적인 인재 영입 활동을 벌이며 논란이 됐다. 텐센트가 국제 전시회에서 이처럼 대대적인 스카웃전에 나선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바이두의 리옌훙 회장 역시 적극적으로 해외 인재 유치에 대한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

리 회장은 우리나라의 국회 격인 2017년 양회에서 "중국 정부가 나서서 좀 더 적극적인 이민 정책을 만들고 실리콘 밸리 인재들을 데려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트 대통령의 당선으로 글로벌 인재들을 끌어 올 천재일우의 기회를 얻게 됐다"며 "이들에게 최고의 대우와 함께 그린카드(영주권)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이나 머니가 글로벌 인재들을 끌어드리고 있다 [출처: 셔터스탁]

차이나 머니가 글로벌 인재들을 끌어드리고 있다 [출처: 셔터스탁]

이같은 해외 유치 움직임에 힘입어 중국 IT 기업들의 외국인 직원 비중이 빠르게 치솟고 있다.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경우 직원 18만명 중 3분의 1이 외국인이다. 알리바바는 1월 외국인 직원들을 위한 중국 업무 속성 훈련 코스를 마련하기도 했다.특히 지난 2013년 안드로이드 개발의 주축이자 실리콘 밸리 혁신 리더 중 한명인 휴고 바라의 샤오미 합류는 전세계 IT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선전. 중국의 IT 산업 중심지다. 선전시 정부는 지난 2016년 해외에서 총 632명의 고급 인재를 유치했다.박사학위 보유자가 513명으로 전체의 81%를 차지했다. 이중 293명이 국책 연구기관으로, 326명이 선전 내 기업으로, 13명은 의료기관으로 영입됐다.  


선전시는 지난 2016년 국내외 인재 유치(공작계획)를 위해 총 790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당국이 지정한 기준을 만족하는 최우수 인재에게는 최대 11억원의 보조금과, 200제곱미터 규모의 10년 무상 임대를 지원한다.

지린성 정부는 지난 3월 18일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글로벌 인재 창업 대회'를 열고 해외 인재 유치에 나섰다. 상금은 100만달러로, 미국 전역, 도쿄, 싱가포르, 유럽 등 지역에서 예선이 치뤄졌다. 베이징 시 정부 역시 3월 7일 실리콘 밸리에서 인재 유치 박람회를 직접 개최했다. 

중국 지방정부들의 이같은 인재 유치 경쟁의 배경에는 국가 차원의 해외 인재 유치 로드맵이 있다. 바로 만인계획. 향후 10년 간 자연과학, 테크놀로지, 철학 및 사회과학 분야에서 1만명의 인재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당국은 물론 기업들까지 목소리를 높여 해외 인재 유치를 부르짖고 있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

중국은 세계에서 기업들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 중 한 곳이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총 16개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새로 생겨났다. 그런데 이중 11개가 중국 기업이다.

중국에서는 매일 1만 4000여개의 기업이 새롭게 생겨난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스타트업 지원 정책으로 중국은 물론 전세계 창업가들이 몰리고 있다.

기업의 성장을 결정짓는 '투자' 역시 쏠린다.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핀테크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은 지난해 글로벌 전체 투자 금액의 절반을 독식했다. 미국이 40%를 차지했고, 그 외 국가들의 총합은 10%에 못 미쳤다.

시가총액 기준 아시아 최대 인터넷 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 모두 여전히 두자리수 대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혁신적인 분위기 역시 젊은 인재들을 중국으로 끌어 당긴다.

글로벌 컨설팅 전문 업체 KPMG가 글로벌 기업 고위 관계자 841명에게, 앞으로 혁신을 이끌어나 갈 도시를 꼽아달라고 물었다. 약 26%가 상하이라고 답했다. 1위다. 뉴욕, 도쿄, 런던 보다 순위가 높다. 반면 서울은 순위권에 들지 못 했다.

KPMG 측은 "상하이 특유의 역동적인 생활 방식과 혁신적인 테크놀로지 기업들이 전세계 인재들을 끌어당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는 현재 2억 명의 사람들이 현금이나 카드 대신 스마트폰으로 결제한다. 스마트폰으로 음식을 시켜먹는 O2O 음식 배달 시장 규모도 25조원을 넘어섰다. 전세계 IT 전문가들이 중국을 거대한 하이테크놀로지 실험장으로 꼽는 이유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얼마전 "믿기 힘들 정도의 훌륭한 능력을 가진 중국의 인재들과 더 많이 협력하고 싶다. 제조업 엔지니어링이나 애플리케이션 개발 능력이나 설계 등 각 방면에서 유능한 인재가 넘쳐난다"며 "최근 10년간 세계에서 일자리 창출 성장속도가 가장 빠른 영역이 애플리케이션 개발인데, 현재는 중국에만 애플리케이션 개발 인력이 200여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중국 기업들이 제시하는 '높은 몸값'이다.

지난 2016년 12월 기준 중국 민영기업 고위 간부의 평균 연봉은 485만 위안(8억2500만원)이다. 같은 시점 대졸자 평균 월급이 3800 위안(65만원)인 것 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상승속도는 더 놀랍다. 지난 2012년 60만 위안과 비교해 무려 8배 가까이 늘어났다. 매년 100%씩 올랐다는 얘기다.


특히 텐센트의 경우 창업주인 마화텅 회장을 제외, 4명의 최고위급 경영진에게 총 1234억원의 연봉(보너스, 복지 포함)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사람당 300억원씩 받아간 셈이다.

중국 기업들의 실리주의적인 인재 전략도 한 몫한다. 나이, 출신, 배경을 따지지 않고 필요만 하다면 최고의 대우를 제공하는 것.

지난 1월 바이두는 25세의 청년 창업가 리자오서우를 영입했다. 이때 리가 제안받은 자리는 '부총재'. 바이두 마케팅 전략 전반을 책임지는 역할이다. 리는 마케팅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 파워블로거 출신이다.

중국의 인터넷 산업을 이끄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20대 후반이다. 그만큼 분위기가 다이나믹하고, 사고방식도 유연하다. 전세계 젊은 인재들이 이들 중국기업을 찾는 이유다.

한계도 있다. 중국의 해외 인재 유치 데이터에는 함정이 있다. 바로 이들 중 90% 이상이 화교 또는 귀국 유학생이라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해외인재 유치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국가 주도 인재 정책의 경우, 현재의 명성과 소속 기업(기관)을 중심으로 인재 유치에 나서고 있어 잠재력이 있는 젊은 인재를 데려오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진정한 인재 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돈' 과 '시장'보다 먼저 쾌적한 라이프 환경이 마련되야 한다고 말한다.

심각한 대기오염, 불안한 치안, 무질서, 일부 비 민주적인 제도 등으로 인해 중국을 아예 논외로 치는 글로벌 인재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

최근 샤오미를 떠나 실리콘 밸리로 돌아간 휴고바라는 "지난 3년 반의 낯선 환경에 자신의 인생에 큰 손실을 가져다주었고, 특히 건강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며 "자신의 가정으로 돌아가길 고려했고, 자신의 생활은 실리콘 밸리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차이나랩 이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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