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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서 용 나게 … 농어촌 청소년 학습 돕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지난 16일 전남 영암 다사랑지역아동센터 학생들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6일 전남 영암 다사랑지역아동센터 학생들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6일 오후 전남 영암군 영암읍 다사랑지역아동센터. “허균이 쓴 최초의 한글소설은?” 마이크를 쥔 김어진(39·여)씨의 질문에 학생들이 “홍길동전”이라고 외쳤다. 사회복지사인 김씨는 이곳에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교사 역할도 하고 있다. 매일 초등학생 39명이 찾아오는 아동센터에 공부를 봐주는 교사가 단 한 명뿐이어서다.

전남 ‘꿈사다리 공부방’ 내달 개관 #젊은 전담강사 선발 일자리 창출도

김씨와 아동센터 교사는 다음 달 시작되는 ‘꿈사다리 공부방’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전남의 아동센터별로 학습지도를 담당할 교사들이 추가로 1명씩 전담 배치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상당수 아동센터는 교사들이 교육과 보육을 함께 맡은 탓에 교육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씨는 “시골은 학원이나 공부방이 없는 만큼 전담 교사는 학습 능률을 높이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도가 도입한 저소득층 교육지원 사업이 농어촌 청소년들의 교육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꾀하는 모델로 떠올랐다.

전남도는 20일 “전남 22개 시·군의 지역아동센터를 활용한 ‘꿈사다리 공부방’ 개관을 앞두고 아이들을 지도할 청년 학습도우미를 모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꿈사다리 공부방은 청년 학습도우미가 각 아동센터에 속한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복지형 교육프로그램이다. 농어촌이 많은 전남 청소년들의 기초학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고학력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 현재 전남에는 1만388명의 청소년들이 방과 후와 방학 때 지역아동센터를 오가며 공부를 하고 있다.

공부방은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방과 후와 방학 기간을 이용해 단계별로 운영된다. 다음 달 초까지 학습도우미들을 선발한 뒤 이르면 4월 중순에 각 아동센터에 배치한다. 올해는 전남의 지역아동센터 총 387곳 중 70곳에 학습도우미 1명씩을 전담 배치한다.

학습도우미는 18세 이상~39세 이하의 고학력·미취업 인재를 선발한다. 이들은 하루 4시간씩 주 5일을 지도한 뒤 월 90만원 수준의 기본급과 교통비 등을 받는다.(문의 061-272-7951~2)

이 사업은 전남도가 추진 중인 ‘개천에서 용 나게하는 사업’의 핵심 프로그램이다. 저소득층 학생들의 학업능력을 높여 부모의 가난이 자식에게 대물림되는 악순환을 막겠다는 게 목표다.

‘꿈사다리공부방’외에 취학 전 아동에게 책이나 학습지·교구 등을 구입해주는 ‘학습바우처 사업’, 영재와 재능기부자를 연결해주는 ‘예체능 영재키움사업’ 등이 있다. 지영배 전남도 청년정책담당관은 “전남의 지역아동센터 급식비를 기존 3500원에서 4000원으로 높이기 위해 올해 116억원의 예산을 확대·편성했다”며 “2020년까지 꿈사다리 공부방을 전남 전역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무안=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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