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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최성 고양시장, '문재인 호위무사' 맞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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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4일 촛불집회에 참석해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은 최성 고양시장. 김성룡 기자/ 2017.3.4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4일 촛불집회에 참석해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은 최성 고양시장. 김성룡 기자/ 2017.3.4

“제가 보니까 최성 시장님은 문재인 전 대표를 도와주러 나온 분인 것 같아요.”

세 차례 대선 경선후보 토론 발언 분석 #안희정엔 "정치자금 개인 유용한 적 있나" 공격 #문재인엔 "자치분권 개헌 어떻게 생각하느냐" 질문 #최성, 주도권 토론 50% 이상 안희정 집중

지난 6일 오마이TV가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경선후보 2차 토론회에서 한 시청자가 방송 도중 한 얘기다. 후보간 상호 공방이 오가는 토론회에서 최성 고양시장이 문 전 대표에게 우호적인 질문을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세 차례의 토론 후 최 시장에겐 ‘문재인 호위무사’ '문재인 2중대'라는 별명과 ‘안희정 저격수’라는 별명이 동시에 생겼다. 정말 그런지 세 차례 토론 질문과 최 시장의 질문시간을 분석해봤다.

최성 고양시장의 주도권 토론 분석

최성 고양시장의 주도권 토론 분석

최 시장은 1차 토론회의 17분의 주도권 토론에에서 안 지사에게 10분 40초를, 문 전 대표에게는 2분30초를 할애해 질문했다. 2차 주도권 토론서는 안 지사에게 6분 30초를, 문 전 대표에게는 5분 10초를 할애했다. 3차 주도권 토론에서는 9분 중 6분을 안 지사에게, 1분을 문 전 대표에게 썼다. 안 지사에게 훨씬 많은 시간을 들여 검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시장은 세 차례 토론회에서 안 지사와 관계된 논란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3일 CBS주최 토론회에서는 당시 논란이 됐던 선한의지 발언과 대연정 주장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최 시장은 "안희정 지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충격에 빠져있다"며 "자유한국당과의 연정은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에 정면 위배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또 "중요한 범죄사실을 선한 의지로 봐주자는 건 동네 인간성 좋은 아저씨가 할 수 있는 얘기이긴 하지만, 대통령 후보로 나온 유력 후보가 얘기하는 건 헌법재판소 결정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히 부정적일 수 있다"고 공격했다. "안 지사 주위에서 민주당 후보 맞느냐, 자유한국당 후보 아니냐는 여론은 안 들리느냐"고도 했다.

안 지사는 "대연정을 통해 의회와 대통령의 협치수준을 높이는 게 현재 헌법을 작동하게 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저는 모든 선배들이 탈당하고 철새정치 할 때도 이 당에 남고 감옥도 다녀왔는데 철새정치인이라는 의심을 안 해주셨으면 한다. 그건 슬픈얘기”라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최성 고양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3일 오후 서울 목동 CBS사옥에서 시사프로그램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에 출연해 합동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2017.3.3 노컷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최성 고양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3일 오후 서울 목동 CBS사옥에서 시사프로그램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에 출연해 합동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2017.3.3 노컷뉴스

이날 안 지사에게 질문하는데 17분 중 10여분 가까이를 할애한 최 시장은 문재인 전 대표에게는 질문을 거의 하지 않았다.

"사드배치는 국회의 비준동의 여부를 당에 요구하고자 하는데 동의 하느냐" "새 정부 출범시 사드와 한미 FTA, 주한미군 분담금 등에 대해 포괄적 일괄타결 협상 시도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그 점에서 민주당이 중심이 된 김대중식 포괄적 일괄타결 해법을 적극 추진할 용의가 없는가"라고 물었다. 평소 문 전 대표의 주장에 자신의 주장을 녹여 동의를 구하는 식이었다.

문 전 대표는 "공감한다. 그러기 위해 사드배치 문제를 다음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회의 비준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당에서 그렇게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토론에서도 최 시장은 문 전 대표와 좋은 분위기를 유지했다. "대통령은 도덕적으로 깨끗해야 한다고 생각해 제 범죄경력서를 다 가져왔다. 그러실 용의 있느냐" "통일한국을 위한 경제특구를 만들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었다.

안 지사에게는 "자유한국당과도 대연정을 하겠느냐" "한일 위안부 협상을 두고 재협상 해야 한다는 논의가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최 시장이 '안희정 저격수'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것은 3차 토론이었다. 그는 이날 9 분의 주도권 토론시간 중 6분을 안 지사에게 할애해 안 지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전력을 집요하게 추궁했다.

최 시장은 "2002년 대선 당시 삼성으로부터 총 52억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고 이 중 개인 이사비용으로 3억6000만원을 썼다는 보도가 있다.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다. 안 지사는 굳어진 얼굴로 "같은 당 동지에게 그런식으로 질문을 받을 줄은 몰랐다”며 "자금 유용에 대해서는 사과말씀을 올렸고, 책임을 졌다"고 말한 뒤 고개를 숙였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최성 고양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왼쪽부터)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선거후보자 방송사 합동토론회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최성 고양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왼쪽부터)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선거후보자 방송사 합동토론회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최 시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어 "동지로서 불편하다고 했는데 사감이 있는 게 아니라 확실히 검증하자는 취지"라며 "불법 정치자금 중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이 있느냐 아니면 당을 위해 희생한 것이냐"고 캐물었다. 안 지사가 "제가 50억여원의 대선자금 전체를 유용했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들려 유감"이라며 "2003년 제가 이사가는 과정에서 임시 변통했고 갚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최 시장은 언론 기사를 들며 "대선 이후에도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4억원을 받았다는 보도가 있다"고 물고 늘어졌다. 안 지사는 "대선자금으로 인해 이미 수사와 처벌을 받았고, 제 개인적으로 잘못한 부분을 인정했고 상응하는 벌을 받고, 공천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6분간 안 지사에게 질문한 후 최 시장은 문 전 대표에게 1분간 질문했다. "지금 개헌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 개헌 의지 있느냐고 한다. 미국식 연방제에 준하는 자치분권 개헌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최성) "제가 가장 먼저 주장했던 것이다. 이미 지난번 대선때 지금도 똑같은 공약을 했다. 이 개헌을 내년 6월 지방선거때 하께 하자고 붙이자고 주장한 바 있다"(문재인)라는 문답이 오갔다.


검증 토론에서는 최 시장은 "문 전 대표가 영입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의 5.18 발언 등 측근들 잇따라 말실수를 했다. 측근관리 안되는 건가"라는 질문을 했다.

문 전 대표도 최 시장에게 시종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두번째 토론 당시 15분 주도권 토론 중 6분 가까이 최 시장에게 할애했다.

문 전 대표는 "최 후보님이 앞서 이재명 시장에게 질문을 받았는데 이 시장의 주장을 펼치기 위한 수단으로 질문을 받은 것 같다. 제가 다시 기회를 드릴테니 못다한 답변을 하시라"고 기회를 줬다. 또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선 하위 20%소득자들의 조세 부담이 상위 20% 소득자의 부담보다 3배 빠르게 늘었다"며 "이런 문제를 바로잡는 것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며 동의를 구했다.

토론 후 '문재인 2중대'라는 지적이 나오자 최 시장은 이를 의식한듯 14일 토론에선 "주변에선 문후보와 제가 특수 관계 아니냐고 (하기도 한다)"며 웃었다.

4차 토론회에서 각 후보들은 공격 수위를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 토론회는 17일 오후 1시30분 부터 100분간 진행된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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