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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와 가까운 '서강학파'…차기 권력의 나침반?

중앙일보

입력

대선을 앞두고 ‘서강학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서강학파 김광두ㆍ조윤제, 문재인 캠프에서 역할 #한때 박근혜 도왔던 김종인-김광두 대결도 관심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을 영입하면서다. 서강대 경제학부 석좌교수인 김 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교사’ 역할을 했고, 지난 2012년 대선 때 새누리당 힘찬경제추진단장으로 활동했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의 집권을 위한 싱크탱트 역할을 했던 조직이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중앙포토]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중앙포토]

조윤제(왼쪽) 국민성장 정책공간 소장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중앙포토]

조윤제(왼쪽) 국민성장 정책공간 소장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중앙포토]

문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국민성장 정책공간’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서강대 교수 출신의 조윤제 소장이다. 조 소장은 서강대 국제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을 지냈다. 김 소장이 고 남덕우 전 총리(1세대),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2세대)를 잇는 서강학파의 3세대 좌장 격이라면, 젊은 시절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등 외국에서 주로 활동한 조 소장은 광의의 서강학파로 분류할 수 있다. 김 원장과 조 소장은 지난 2014년 김중수 당시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으로 함께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언론은 두 사람을 서강학파로 분류했다.

성장을 중시하는 서강학파는 한국 경제가 고도성장기에 있을 때 많은 주목을 받았다. 남덕우 전 총리는 박정희 정부에서 재무장관과 부총리를 지내며 개발 경제 시대에 우리 경제의 성장 골격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두환 정부에서도 김재익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 서강학파의 경제 정책 참여는 두드러졌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압축성장 신화가 끝나면서 서강학파는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던 서강학파가 화려하게 부활한 게 박근혜 정부다. 김종인 전 대표와 김광두 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했다. 서강대를 나온 박 전 대통령의 영향 탓인지 금융계에선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출신이 잘나갔다. 홍기택 전 산업금융지주 회장, 이덕훈 전 수출입은행장 등이 대표적이다. 서강학파의 3세대 학자인 김경환 서강대 교수는 국토교통부 1차관에 중용됐다.

그러나 공교롭게 대표적인 서강학파 출신인 김종인 전 대표와 김광두 원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별다른 직책을 얻지 못했다. 그러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입당했다가 최근 탈당했고, 김 원장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진영으로 넘어갔다.

정치권에선 서강학파의 변신을 주목하고 있다. 성장보다는 상대적으로 분배를 중시하는 문재인 전 대표의 진영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어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소외받은 일부 서강학파 인사들이 새 정부에서 기회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중앙포토]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중앙포토]

한때 가까운 사이였던 김종인 전 대표와 김광두 원장의 대결도 주목받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이번에 스스로 대통령이 되려고 시도하거나 문재인 전 대표의 당선을 막기 위한 ‘반문(反文) 연대’의 마중물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김 원장은 문 전 대표를 도와 그런 김 전 대표에 맞서 싸워야 한다. 김 원장은 지난 16일 기자들에게 경제민주화 정책과 관련해 “2012년 당시 우리 나름대로 네 사람의 전문가가 집중적으로 토론해서 만든 안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정책은 2012년 대선 당시 ‘김종인표 정책’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자신이 안을 만들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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