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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높다는 ‘부동산 P2P 대출’ 투자 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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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직장인 A씨는 지난해 6월 한 부동산 P2P(Peer to Peer, 개인 간 거래) 대출 상품에 1500만원을 투자했다. 그간 ‘재알못(재테크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라 은행 예금만 들었는데 세금 떼고 2%도 안 되는 이자에 허탈했다. 그런데 옆자리 동료는 P2P 투자로 두 자릿수 수익률을 올렸다. 새로 짓는 건물(토지 포함)을 담보로 잡아 돈을 떼일 염려가 없다고도 했다.

예금 아닌 투자, 원금손실 우려 상존 #담보 잡아도 부동산 꺾이면 위험 #투자대상 직접 확인하고 결정 필수

만기 7개월, 수익률 연 18%라는 조건에 혹했다. 수익률이 높으니 위험하긴 하겠지만 7개월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올 1월 만기일이 도래했지만 수익은커녕 원금조차 들어오지 않았다. 업체 측에 알아보니 대출자가 대출금을 받지 못해 연체가 발생했다. 빌라 공사대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했는데 분양이 잘되지 않아 대출금을 갚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A씨는 “괜히 이자 더 받겠다고 모르는데 투자했다가 지금은 원금이라도 제대로 돌려받을까 걱정하는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P2P 대출로 돈이 몰리고 있다. 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서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000억원 수준이던 누적 대출액이 지난달엔 6000억원을 넘어섰고 잔액만 3860억원이다.

대출 증가세를 견인하는 건 부동산 관련 대출이다. P2P 대출 중 부동산 관련 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1216억원에서 지난 1월 말엔 2214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전체 P2P 대출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8%에서 66%로 커졌다.

부동산 관련 대출 가운데서도 특히 A씨가 투자한 것과 같은 건축자금(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이 급증세다. 투자 기간이 1년 이내로 짧아 투자금 회수가 빠르고, 담보가 있으니 안전한데, 수익률은 높다고 홍보한다. 그런데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A씨처럼 투자 손실을 볼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이 경고하고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15일 “부동산 P2P 대출 상품이 신용대출 등 다른 상품보다 안전한 것은 아니다”며 5가지 투자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① 원금 보장 안 돼요

예금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투자 상품이다. 아무리 안전하다고 광고해도 원금 손실 우려가 있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 돈을 빌려간 사람이 돈을 제때 갚지 못하거나 아예 못 갚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때문에 손실을 피하려면 담보 대상 물건이 무엇인지, 채권 순위가 먼저인지 나중인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얼마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특히 PF대출은 대개 건축 예정 토지를 담보로 설정한다. 그런데 업체에서는 건축물 준공 후 가치를 확정된 담보물의 가치로 광고할 때도 있다. 일부 PF 대출 상품 중 토지에 대한 담보권이 후순위거나 담보가 없는 경우도 있다. 원금을 안 까먹으려면 투자 조건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②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수익률이 높으면 위험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에서 대출 받을 수 있었다면 P2P업체를 찾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부동산이 담보라지만 수익률을 20% 가까이 준다는 건 그만큼 담보 물건을 팔아서도 원금을 못 건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로 P2P 업체에서 제공하는 부동산 담보 대출 투자 상품의 경우, 채권 순위가 은행에 밀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채무자가 파산하면 은행빚을 먼저 변제하고 남은 부분만 챙길 수 있다는 뜻이다.

③ 대출 기간 짧다고 안전한 건 아니다

투자자들이 부동산 관련 대출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가 짧은 대출 기간이다. 대개 1년 이내다. 반면 신용대출은 대출 기간이 2~3년에 이른다. 그러나 A씨처럼 7개월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다간 난처해질 수 있다.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 그 ‘짧은’ 기간에라도 연체가 발생할 수 있다.

④ 고수익이면 위험 분석 더 꼼꼼히

같은 부동산 관련 P2P 대출 상품인데도 수익률이 한쪽은 12%, 다른 쪽은 20%라면 다 이유가 있다. 무조건 수익률이 높은 쪽이 좋은 상품은 아니다. 누적 대출액 1위인 테라펀딩의 양태영 대표는 “부실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우리는) 상환 재원이 명확한 중소형 빌라·다세대·연립 등의 1순위 담보제공이 가능한 건축자금 대출 상품을 낸다”며 “1순위라 수익률이 12%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수익률이 20%를 웃돌 정도로 지나치게 높다면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PF대출에 투자할 때는 부동산 수요, 시행·시공업체의 안정성, 담보가치 평가방법, 담보권 순위, 담보가치 하락 가능성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⑤ 투자 대상 실물 확인하라

전세를 얻을 때도 발품을 팔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처럼 부동산 P2P 대출 투자 때에도 투자 대상을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업체는 투자의 유리한 측면만 부각하고 위험한 요인은 축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필요하면 추가 자료를 요구해 위험을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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