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J카페]도쿄는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도시?

중앙일보

입력

인구 1350만명의 거대도시 도쿄. 하지만 길거리나 식당에서 지갑을 잃어버려도 되찾을 확률은 세계 어느 대도시보다 높아 보인다.

 도쿄경시청(Metropolitan Police Department)에 따르면 지난해 사람들이 ‘누가 잃어버린 돈을 주웠다’며 경찰서에 가져온 현금은 무려 36억7000만엔(약 368억원)에 달하며, 이 중 4분의 3은 원래 주인을 찾는다.

일본 현금

일본 현금

이런 ‘아름다운’ 현상은 현금에 대한 일본인의 존중 의식과 남의 물건을 찾아줘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비롯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난 2015년 일본에 유통된 통화는 총 103조엔으로, 일본 연 생산의 19%에 해당한다. 이는 18개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금 보유는 일본에선 비교적 안전한 투자로 여겨진다. 십년 넘게 지속한 디플레이션에, 최근 4년 동안 막대한 양적 완화가 이어지며 금리가 제로 상태이기 때문이다.

 남의 물건을 훔치는 일도 드물다. 도쿄 커피전문점에서는 사람들이 자리를 맡기 위해 아이폰 등 값비싼 소지품을 테이블에 놓고 카운터로 주문하러 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블룸버그는 이런 분위기가 일본 문화와 윤리 교육의 영향이라고 전했다. 간사이대학의 니시오카 토시나리 교수는 “일본 학교에서는 윤리와 도덕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에게 자신이 물건이나 돈을 잃어버렸을 때 어떤 심정일지 상상해 보는 법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더 중요한 배경이 있다. 일본의 ‘분실물법’은 누구든 돈을 주우면 경찰서에 가져가도록 하고, 주인이 나타났을 경우 5~20%의 사례금을 받을 수 있게 했다. 특히 석 달이 지나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자신이 신고한 돈을 모두 가질 수 있어 사람들의 정직한 행동을 유도하고 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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