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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은 떠나고 관할 부처는 핑퐁게임 … 박근혜 진돗개 ‘견생무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청와대를 떠나며 진돗개 9마리를 두고 가 진돗개들이 사실상 버려진 신세가 됐다.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진돗개 9마리의 거취를 놓고 정부부처와 경찰·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관리 책임을 떠넘기는 ‘핑퐁게임’도 벌어지고 있다.

동물단체, 동물보호법 위반 고발에 #경찰·정부·지자체 서로 책임 떠넘겨 #30일 내 새 주인 못 찾으면 행정처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두고 간 진돗개 2마리. [청와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두고 간 진돗개 2마리. [청와대]

박 전 대통령은 앞서 2013년 2월 25일 취임을 위해 서울 삼성동 자택을 출발하면서 인근 주민들로부터 그해 1월에 태어난 진돗개 2마리를 선물받았다. 진돗개 2마리는 같은 해 4월 서울 종로구에 ‘희망이(수컷)’와 ‘새롬이(암컷)’이란 이름으로 등록됐다. 희망이와 새롬이 ‘부부’는 2015년 8월 새끼 5마리를 낳았고 그해 12월 말 일반인에게 모두 분양했다. 하지만 국회의 탄핵으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기간인 지난 1월에 태어난 새끼 7마리는 아직 등록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은 “동물 유기에 해당한다”며 동물보호법 위반혐의로 박 전 대통령을 13일 경찰에 고발했다. 이 단체 김애라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이 진돗개를 키울 의사가 없으면서 소유권 이전도 없이 청와대를 떠났다. 동물을 유기했다는 논란이 일자 뒤늦게 청와대가 일반인에게 분양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건을 당초 접수한 부산지방경철청은 형사고발 사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행정자치부로 사건을 넘겼다. 행자부는 “지자체가 물린 과태료 처분을 관리할 뿐이다. 동물보호법 관리업무는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이라며 책임을 넘겼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우리는 동물보호법의 제도적 문제를 관리할 뿐 동물 등록과 유기된 동물의 관리나 책임 의무는 해당 지자체에 있다”고 반박했다. 희망이와 새롬이가 등록된 서울 종로구청 측은 이와 관련, “어떠한 신고나 신청도 받은 게 없다. 보안시설인 청와대에서 누군가는 (진돗개들을) 돌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애라 대표는 “박 전 대통령 소유로 등록돼 있는 희망이와 새롬이를 입양시키지 않았고, 갓 태어난 새끼 7마리도 분양하지 않은 채 청와대를 떠났다. 동물을 무책임하게 관리하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은 동물의 생명권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고 재반박했다.

청와대가 4월 12일까지 진돗개의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 동물보호법에 따라 행정처분이 가능하다. 동물보호법에 소유권 이전 변경 신청은 30일 이내에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30일 이내에 새 주인이 나타나 종로구청에 소유권 이전 변경 신청을 하지 않으면 (소유자를) 처벌할 근거는 생긴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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