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중앙시조백일장」장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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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바람>
1
마른 기침 소리에
하늘 하나씩 무너지고
수척한 풀꽃까지
떠받치던 너의 중량
지금은 가을 속으로
꽃마차가 달려온다.
2
일상의 틈틈마다
피리 불던 너의 언어.
마주 선 슬픔들도
조락으로 맞바꾸고
부러진 몇 날의 어둠
네 소리에 실려 간다.
3
달려도 뵈지 않던
허공 쥔 벌판의 끝.
술렁대는 새바람 속
젖은 날도 말리면서
순풍에 돛폭 올리고
밀고가는 나의 섬(도).

<가을꽃>

나룻배가 타는 강물
배꽃 핀 둑길에 서서
노을 녘에 옷을 둘러
이 계절을 살다가는
순수한
당신 몸에서
넋이 피고 집니다.

내 살 속 깊은 곳은
샘물같은 피가 솟아
휘감기는 물살처럼
어깨춤을 추는데도
이 야윈
어깨를 털고
하늘을 품습니다.

억새꽃 심지돋워
새살돋는 가을 길에
풀벌레 소리라도
봇물처럼 터질때면
빛부신
소리에 놀라
단풍잎이 깔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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