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멍 때리기는 '시간 죽이기' 아닌 가장 현명한 뇌 피로 회복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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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은 운동할 때가 아닌 쉬는 동안 회복하고 성장한다. 뇌도 마찬가지다. 정보를 입력하는 것만큼 휴식하고 재정비하는 데 공을 들여야 한다. 『멍 때려라!』라는 책을 통해 뇌 휴식의 중요성을 대중에게 알린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동원(사진) 교수를 만나 멍 때리기의 필요성과 방법을 들었다.

인터뷰 『멍 때려라!』 저자 강북삼성병원 신동원 교수

현대인이 멍 때려야 하는 이유는.
“뇌는 몸무게의 3%에 불과하지만 몸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20%를 사용하는 고비용 기관이다. 이런 뇌가 깨어 있는 시간의 30~50%를 멍 때리는 데 쓴다. 그만큼 멍 때리기가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정보 정리, 미래 대비, 아이디어 발굴, 휴식 등 다양하다. 멍 때리기는 한심하게 시간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지친 머리를 쉬게 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뇌가 지치면 몸도 지치나.
“뇌와 몸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뇌가 계속해 정보를 받기만 하면 스트레스가 쌓여 혈압·혈당·체중 조절이 잘 안 된다.”
멍 때릴 시간도 부족하다는 사람이 많다.
“현대인은 항상 공부 아니면 일을 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증이 있다. 정보를 입력하는 데만 치중한다. 중요한 선택과 판단을 해야 하는 뇌가 무의미하고 잡다한 정보 처리에 허덕이는 상황이다. 이런데도 우리는 더 재미있고, 빠르고, 자극적인 정보를 찾아 헤맨다. 일부러라도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으며 이동할 때만이라도 스마트폰을 넣으면 하루에도 몇십 분 이상 멍하니 보낼 수 있다.”
요즘 동영상과 사진을 이용한 불멍(불 보며 멍 때리기)·물멍(물 보며 멍 때리기)이 인기다.
“멍 때리기라 불리지만 실은 한 대상에 몰입하는 집중 명상의 일종이다. 벽의 한 점, 호흡처럼 특정한 대상에 집중하는 명상법이다. 나쁜 멍 때리기에서 탈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 멍 때릴 때 불안·우울·걱정을 많이 한다면 명상을 권한다.”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지금은 데이터 수집력보다 조각난 정보를 이해·가공·조합하는 독해력이 요구된다. 중요한 것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이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우리 뇌가 정보를 처리하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좋은 멍 때리기를 자주 하길 권한다.”

박정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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