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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에 민감한 당신? 이 병을 의심하라

중앙일보

입력

작은 소음도 못참는 당신. 혹시 미소포니아?

작은 소음도 못참는 당신. 혹시 미소포니아?


식사 내내 앞사람의 짭짭거리는 소리 때문에 입맛이 뚝 떨어진 적이 있는지? 영화관에서 옆사람의 큰 숨소리 때문에 조용한 장면에서 집중을 못한 적은 없는지? 
최근 많은 사람들이 일상 속 속의 소음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신경이 예민해지거나 심장박동이 빨라진다면 미소포니아(misophonia)라는 병에 걸린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법하다.

2001년 처음 등장한 미소포니아는 특정한 소리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청각과민증이다. ‘선택적 소음 과민 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이 병은 딸각거리는 펜과 같은 특정한 소음이 반복될 경우 강한 거부감과 고통을 느낀다.

미국 여행잡지 트래블 앤 레저(Travel+Leisure)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미소포니아가 의학적 질병으로 구분될 수 있을 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영국 뉴캐슬대학이 미소포니아 환자의 뇌가 일반인과 다르다는 것을 밝혀냈다. 뇌 CT 촬영 결과 미소포니아 환자는 특정하게 반복된 소리를 들을 때 전두엽에서 이상현상을 보였다. 전두엽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부분이 지나치게 자극돼 그 특정소리를 더욱 크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감정 상태가 불안하게 격양되고 심작 박동수와 땀 분비가 크게 늘어나게 된다. 

뉴캐슬대학의 인지신경과학 교수 팀 그리피스는 “이번 조사가 특정 소리 때문에 고통받던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 역시 클리닉에서 이같은 특징을 가진 환자들을 계속 접하기 전까지는 미소포니아의 의학적 근거를 의심했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소리에 민감한 사람을 두고 그저 예민하다고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연구 결과가 악의 없이 반복적인 소리를 내는 이와 미소포니아를 앓는 이들 간 이해와 소통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자은 인턴기자 lee.jae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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