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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단말기 보조금 허용 부작용도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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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런 상황에서 보조금이 전면 허용되면 이동전화 사업자들은 가입자 유치를 위해 경쟁에 들어가고, 설비 투자보다 마케팅에 치중할 것이다. 당연히 마케팅 비용 증가로 수익이 쪼그라들고, 마침내 요금 인하 여력도 줄어들게 된다.

단말기 보조금은 결국 고객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다. 고객은 자신의 돈으로 단말기를 싸게 사지만 좀 더 질 높은 서비스, 저렴한 요금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여기에다 단말기를 자주 바꾸는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 결국 단말기를 자주 바꾸지 않는 고객들이 자주 바꾸는 고객들을 보조하는 꼴이 된다.

1997년께 PCS 3사가 진입해 보조금 경쟁이 치열했던 적이 있었다. 과열 경쟁 때문에 일부 사업자가 부채 비율이 400~500%에 이른 상황에서 외환위기를 맞았다. 이로 인해 결국 2개사는 시장에서 사라진 바 있다.

향후 보조금 경쟁이 재현되는 경우 결국 자금력이 풍부한 사업자의 시장 독점으로 경쟁이 축소되고,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다. 예전의 카드대란을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당시도 소비자 후생 증진의 논리로 신용카드 서비스 한도 제한(70만원)을 푸는 바람에 결국 수백만 명의 신용불량자가 양산됐지 않았던가.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에 대한 정부안이 시행되면 이동전화 가입자의 약 60%(2300만 명)가 보조금 지급 혜택 대상자가 된다. 올해 말이면 약 2800만 명으로 확대돼 제한이 거의 풀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규제는 적을수록 좋다는 말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규제가 한꺼번에 철폐될 경우의 부작용도 걱정해야 한다.

유석오 KTF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