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동호의 직격 인터뷰] “중국의 롯데 때리기, ISD로 맞대응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한·중 FTA 산파역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해 부산 기장군에 출마해 초선 의원이 됐다. 장관 경험을 토대로 지금도 통상을 살피고 있는 그는 "우리가 한목소리로 대응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해 부산 기장군에 출마해 초선 의원이 됐다. 장관 경험을 토대로 지금도 통상을 살피고 있는 그는 "우리가 한목소리로 대응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보복 공세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경제 보복과 한국 관광 차단을 비롯한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에 이어 국제 스포츠 행사에도 완력을 휘두르고 있다. 23일 중국 창사(長沙)에서 중국 대표팀과 월드컵 최종예선을 치르기 위해 한국팀이 신청한 전세기 취항까지 제동을 걸었다. 중국의 보복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동북아시아 최대 규모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제도 균열 위기에 빠지고 있다. 중국의 공세로 롯데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의 중국 투자가 불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협상부터 발효까지 3년간 한·중 FTA 전 과정을 현장에서 지휘한 윤상직(61)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중국이 거칠게 나오는 배경과 한국 정부 및 기업의 대처법을 들어봤다.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해 부산 기장군에 출마해 초선 의원이 됐다. 장관 경험을 토대로 지금도 통상을 살피고 있는 그는 "우리가 한목소리로 대응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해 부산 기장군에 출마해 초선 의원이 됐다. 장관 경험을 토대로 지금도 통상을 살피고 있는 그는 "우리가 한목소리로 대응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중국의 보복 공세가 과격해지고 있다.
“우선 중국의 공세는 내정간섭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과거 중국은 일본과 센카쿠(尖閣), 필리핀과 난사(南沙)군도를 둘러싸고 갈등을 벌였지만 이것들은 영유권 분쟁이라는 점에서 사드 배치와는 차원이 다르다. 사드 배치를 처음 추진할 때 우리 정부도 중국이 불편하게 여길 거라 봤지만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유커(遊客)가 줄어들면 한국 경제성장률이 최대 1%포인트 떨어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인이 쓰는 여행 경비가 70억 달러로 추정되면서 나오는 계산인데 과장된 측면이 있다. 국제화된 중국인도 많고 개별 여행을 하는 싼커(散客)도 많아 중국의 완전 통제는 불가능하다. (중국도 손해가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상황이 악화되면 중국도 타격을 입는다. 중국은 한국의 1위 수출국, 한국은 중국의 4위 수입국이다. 그만큼 양국 경제가 깊게 얽혀 있다. (한국의 수출 의존도가 높지만 중국도 필요해 수입하고 있다는 말 아닌가.) 그렇다. 반도체·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이다. 이들 품목은 다른 나라로부터 대체수입이 어렵다. 관광과 문화 부문도 마찬가지다. 한국에 오는 유커가 806만 명이지만, 우리도 중국에 450만 명이 간다. 양국 관계와 국민 감정이 나빠질수록 중국 정부도 손해가 커진다.”
사태를 키울수록 중국엔 소탐대실이란 얘긴가.
“중국 정부로선 사드 배치를 놓고 한국 정부에 강한 압박 메시지를 보내려는 모양인데 경제제재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한데 양국 경제 관계가 일방적이지 않다. 중국은 수출을 하려면 한국의 소재와 부품을 수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100만 명이 넘는 한국 거주 중국인의 처지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 기업들이 투자처를 옮길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것같다.
“인도와 베트남은 대표적인 한국 기업의 대체시장이다. 결국 경제 보복은 중국 입장에서 잃을 것도 많다. 게다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우자 자유무역 확대를 주장했다. 그런데 경제 보복에 나서면 스스로 말을 뒤집고 대국으로서 체면을 깎게 된다.”
우리의 내부 분열도 문제로 보인다. 중국이 공세를 강화하는 빌미 아닐까.
“중국과 FTA 협상을 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중국은 협상하거나 현안이 있을 때 한국 내부 사정을 철저하게 이용한다. 협상 과정에서 언론과 시민단체를 비롯한 각계 이야기를 ‘데일리 모니터링’한다. 자신들의 약한 고리를 차단하고, 우리의 약한 고리를 파고든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한국의 언론 보도나 시민단체의 주장이 나오면 어김없이 주장의 근거로 내세운다. 내부 분열이 아킬레스건이다. 일부 야당 의원이 중국에 가서 사드 얘기를 했는데 무슨 말을 했는지 정확히 알 길이 없다.”

중국 완력에 정공법 대응 필요
롯데는 ISD, 정부는 WTO 카드
롯데 매장 3분의 1 영업 못하면
투자자 권익 침해 명백해진 것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해 부산 기장군에 출마해 초선 의원이 됐다. 장관 경험을 토대로 지금도 통상을 살피고 있는 그는 "우리가 한목소리로 대응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해 부산 기장군에 출마해 초선 의원이 됐다. 장관 경험을 토대로 지금도 통상을 살피고 있는 그는 "우리가 한목소리로 대응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이재명 성남시장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사드 배치에 대해 부정적이다. 대선주자들도 이러고 있으니 앞으로 중국을 설득하는 건 더 어렵지 않겠나.
“사드 배치는 내정이고, 국내 자위권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하면 야당도 여당도 모든 국민이 한목소리를 내줘야 한다. 사드 외에 앞으로 많은 이슈가 나올 건데 그때마다 중국 입장에 끌려다닐 건가. 그러다간 한도 없다. 정부에 있으면서 아쉽게 생각한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는 중국이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데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레버리지가 없다면서 오히려 한국에 대해서는 완력까지 쓰려고 하질 않나.) 중국 입장에서는 세력 균형 문제라고 보고 북한을 필요로 하니까 그럴 테지만 이렇게 나와서는 곤란하다.”
일본은 센카쿠 분쟁이 벌어지자 중국과 긴장 관계에 있는 인도·베트남과의 밀착 협력을 강화해 왔다.
“우리야말로 당장 지나친 의존도가 문제 되니 대체시장을 키워야 한다. 인도·베트남 등과 협력을 확대하고, 길게 보고 경제구조를 바꿔야 한다. 둘째는 역시 상황이 이쯤 되니 정공법으로 중국에 대응해야 한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불공정 무역 행위 제소를 추진하고, 롯데마트는 한·중 FTA 규정에 따라 투자자국가소송(ISD) 카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중국이 크게 아파할 부분이다.”
그럴 만한 단계가 되었다고 보는 건가.
“WTO 규범에 따라 FTA를 통해 외국에 진출한 기업은 투자한 국가에서 권익을 침해받았다고 판단되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외국인 투자를 많이 받고 있는 중국이 투자자 권익 침해로 ISD에 이끌려 가면 상당히 곤혹스러워진다. 중국은 소탐대실하는 거다. 다른 기업의 ISD도 잇따를 수 있다. 사실 그럴 만한 근거가 적지 않다. 우리 기업은 정당한 권리를 보호받고 그 권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중국이 소방점검 등 국내 규정을 내세우면서 빠져나갈 구멍이 있지 않을까.
“한 매장이라면 그럴 수 있다. 중국법에 따라 시정조치할 수 있다. 한데 3분의 1이 넘는다. (롯데마트는 8일 현재 중국 내 전체 매장 99곳 가운데 절반 이상인 55개 점이 영업정지를 당해 문을 닫았다.) 전형적인 ISD 소송 대상이라는 얘기다. 손실 확대로 롯데가 철수하거나 매장을 매각하게 되는 상황이 되면 더 문제다.”
한·중 수교 25년간 이 같은 ‘중국 리스크’가 이미 싹트고 있었던 게 아닌가.
“수출의 25%를 의존했으니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수출상품 구조를 자본재·원자재에서 소비재로 바꾸자고 해 왔는데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자본재·원자재는 중국이 수입대체할 것이라 어차피 수출상품 구조가 바뀐다. 그러니 소비재로 가야 하고 그래야 서로 교역의 뿌리가 깊어지고 건전해진다는 것이 우리의 한·중 FTA 기대효과였다. 소비재는 많은 업체에서 참여하니 규제도 쉽지 않다.”
문제는 한국의 소비재는 취약하다는 점이다. 중국 수출품에서 자본재와 원자재가 94.6%를 차지하고 소비재는 5.4%에 그치고 있다.
“그러니 우선 한류와 연결해 화장품·식품과 영화·드라마 등 문화 콘텐트를 키우고 있던 참이다. 중국·동남아를 거쳐 해외시장을 나간다는 전략이다.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사이즈가 커져야 하니 중국만 한 한류 문화의 테스트 베드가 없다. 이런 비내구 소비재는 식품·화장품은 물론 약품·생활용품이 모두 해당된다.”


중국, ‘한국 분열’ 적극 활용
FTA 협상 때도 한국 아킬레스건
한·중 기술 격차 축소 불가피
파국으로 가면 중국도 피해 극심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해 부산 기장군에 출마해 초선 의원이 됐다. 장관 경험을 토대로 지금도 통상을 살피고 있는 그는 "우리가 한목소리로 대응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해 부산 기장군에 출마해 초선 의원이 됐다. 장관 경험을 토대로 지금도 통상을 살피고 있는 그는 "우리가 한목소리로 대응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자본재는 기술 격차 축소로 중국의 수입대체 속도가 빨라지는 것도 문제다.
“기술 격차가 좁혀진다는 것은 처음부터 예상했던 당연한 결과다. 한국이 일본을 따라갔듯 중국도 ‘패스트 팔로(추격자)’ 정책을 써 한국을 따라잡고 있다. 중국이 우리를 쫓아오는 게 문제가 아니고 그것을 넘어서서 ‘퍼스트 무버(선도자)’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은 우리 내부의 문제다. 그 역량을 갖추느냐의 여부는 우리 기업의 역량에 달려 있다. 그래서 FTA를 한 것이다. 같은 기술을 갖고 있더라도 시장이 통합되니 우리 기업이 중국에 진출해 시장을 넓히자는 것이 FTA를 한 이유다. (농식품 수출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우리는 농식품에서 승부를 내야 한다. 선진국 치고 농식품이 발전하지 않은 나라는 없다. 우리는 농수산 식품의 질과 소비자 신뢰가 중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 기회에 농식품을 수출하면 우리 농업도 발전할 수 있고 중국 농수산물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제조업은 그래도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할 텐데.
“중국이 아무리 해도 못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가 창의력을 갖고 퍼스트 무버로 나가야 한다. 기존 분야는 가만히 있으면 중국이 따라와 잡아먹히게 된다. (한국의 핵심 파워는 그래도 제조업인데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할까.) 기본적으로 우리의 장점이 있다. 좁은 땅에 5000만 명이 있으니 투자 효율성이 높아 모든 걸 테스트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반면 투자 리스크는 굉장히 작다. 미국·일본 시장을 모두 커버하는 유일한 나라라는 것도 장점이다.”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귀환)은 어떤가. 미국과 일본도 하고 있는데.
“우리는 효과가 크지 않다. 대규모 설비를 투자하는 자본집약적 산업은 고용 창출 효과가 없다. 자동차는 노조 문제가 있다. 현대가 20년째 국내 공장을 안 짓는 이유가 무엇이겠나. 노동 유연성부터 확보돼야 리쇼어링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한국 제조업이 전반적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건 문제 아닌가.
“중후장대 산업이 고임금에서 저임금 국가로 넘어가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세계 산업사가 보여주고 있다. 선진국이 갖고 있는 산업을 가만히 보면 핵심 부품·소재·디자인 등이다. 단순한 자본집약 산업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조선의 경우 우리가 곡물·석탄이나 싣는 벌크선을 계속 할 수 없다. 같은 걸 하더라도 더 발전시키고 엔지니어링으로 옮겨 가야 한다. 기술 격차가 없어진 것은 중국에 넘겨주고 우리는 좀 더 고부가가치로 갈 수밖에 없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제조업도 스마트 공장으로 가버린다. 여기서 쏟아지는 많은 유휴 인력을 다른 쪽으로 옮겨 주는 것은 정부의 몫이자 기업의 몫이다.”
그러자면 규제를 풀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가 나와야 할 텐데 현실은 딴판이다.
“국회가 가로막고 있으니 답답하다. 일자리 문제는 정파와 이념을 초월해야 한다. 지금 그런 환경을 안 만들어 주면 당장 실업 문제가 아니라 후대들이 제대로 기술을 전수받지 못해 우리 사회에 계속 부담이 된다. (그것이 결국 국가경쟁력 약화로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닌가.) 여야 막론, 이념 막론하고 정치권이 합의를 이뤄야 한다. 여담 같지만 규제 완화를 제일 많이 한 대통령은 노무현이라는 말이 있다. 경기도 파주에 LG디스플레이 단지, 한·미 FTA, 평택 삼성 반도체 공장 허가 내준 게 모두 노무현 정부다. 지금 파주와 평택이 북적북적대는 이유 아닌가.” 

윤상직은 …

2013년 8월 중국과의 FTA 협상을 재개할 때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맡아 2014년 12월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때 타결을 거쳐 2015년 12월 20일 발효까지 한·중 FTA 전 과정을 현장에서 지휘했다. 그는 “FTA 투자 규정에 따라 롯데가 ISD를 하게 되면 정부 차원에서 지지해 줘야 한다”며 “중국 상무부 등 중국 측에 대한 다각적인 대화와 설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김동호 논설위원
사진=오종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