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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7년 만에 새 장편 …『1Q84』 기록 뛰어넘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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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새 장편 『기사단장 죽이기』의 국내 판권 계약이 이달 말 이뤄진다. 일본에서 초판 130만 부를 찍은 화제작이다. 국내 출판사 사이에서 선인세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소설은 빠르면 5월, 늦어도 6·7월에는 번역 출간된다. [사진 ELENA SEIBERT·뉴시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새 장편 『기사단장 죽이기』의 국내 판권 계약이 이달 말 이뤄진다. 일본에서 초판 130만 부를 찍은 화제작이다. 국내 출판사 사이에서 선인세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소설은 빠르면 5월, 늦어도 6·7월에는 번역 출간된다. [사진 ELENA SEIBERT·뉴시스]

이웃 나라 일본의 만화 같은 현상이 한국에서도 벌어질 수 있을까. 무라카미 하루키(68)의 새 장편 『기사단장 죽이기(騎士團長殺し)』 열풍 말이다. 두 권 이상 분량의 장편 소설로는 『1Q84』 이후 7년 만이다 보니 국내 판권료(선인세), 초판 발행 부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출판계서 본 신간 『기사단장 죽이기』 #“대중성 강해 … 700쪽 안팎 분량 부담” #“가독성 있고 흥미로워, 가볍진 않아” #오페라 ‘돈 조반니’서 핵심 모티프 #판권경쟁 치열 … 선인세 30억설도 #국내엔 이르면 5월에 출간될 듯

하루키 신작을 검토 중인 3개 출판사 편집자들의 ‘중간 독후감’을 들었다. 이달 말 이뤄지는 판권 계약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 면밀하게 신작을 검토한 ‘국내 첫 독자들’이다. 무릇 예술작품 감상은 기대치와 만족감의 반비례 함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 수 있다. 그래도 물었다. 어떤 내용인가. 이전 히트작, 가령 『1Q84』만큼 재미있나.

당연히 세 명의 반응은 조금씩 엇갈렸다. 민음사 해외문학팀 양은경 차장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

하루키 사진들

하루키 사진들

“하루키 소설 중에서도 굉장히 대중성이 강한 작품이다. 스포일러가 될 테니 자세히 얘기하지 않겠지만 하루키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이전 작품들을 골고루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어서 작가가 자신의 문학세계를 소설을 통해 되돌아보겠다는 마음으로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양 차장은 “다만 두툼한 분량은 독자들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 권짜리 일본어 원서가 각각 500쪽 가량인 소설은 한국어로 번역하면 권당 650∼700쪽 정도로 늘어난다. 하지만 하루키의 ‘벽돌 소설’은 새로운 게 아니다. 세 권짜리 『1Q84』는 분량이 각권 597∼744쪽이었다.

2017년 『기사단장 죽이기』

2017년『기사단장 죽이기』

문학동네 양수현 편집자는 “가독성 있고 흥미로운 작품이지만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다”, 아르테 출판사의 정혜경 편집자는 “별 다섯 개 만점 기준으로 문학성은 별 넷, 재미는 별 셋을 주고 싶다”고 평했다. 물론 이런 판단은 ‘하루키 작품 치고’라는 게 전제다. 보통 소설보다는 무척 재미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편집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소설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에서 핵심 모티프를 딴 작품이다. 희대의 바람둥이 돈 후앙을 모델로 한 오페라는 주인공 돈 조반니가 돈나 안나에게 반해 접근했다가 그녀의 아버지인 기사장(騎士長)을 우발적으로 살해하는 장면이 1막에 나온다. 이 에피소드를 소설 제목으로 삼은 것이다.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 소설 『1984』를 바탕으로 『1Q84』를 썼던 것처럼 고전을 활용하는 하루키 특유의 소설 작법이다. 이름 없이 ‘나’라고만 나오는 36세의 화자가 소설과 제목이 같은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그림의 비밀을 파헤치는 게 큰 줄거리다. 그 안에 일본에서 논란을 부른 제국주의 일본의 난징대학살, 나치 독일 시절의 풍경 등을 녹였다.

정혜경씨는 “하루키의 다른 작품처럼 이번 소설에서도 여성 인물의 역할이 왜소하다”고 지적했다. 남녀간 성애 장면도 빈번하게 나온다. 발 빠른 일본 독자가 ‘나의 섹스 파트너 1’, ‘나의 섹스 파트너 2’, 이런 식으로 소설 속 여성 인물들을 정리한 리뷰를 인터넷에 올렸을 정도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

문학성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지만 하루키는 단순한 인기 작가가 아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딸 첼시 클린턴은 지난달 뉴욕타임스와의 짧은 인터뷰에서 소설가·시인·극작가를 통틀어 가장 높게 평가하는 작가 리스트에 하루키를 포함시켰다. 영국의 부커상 수상작가 줄리언 반스,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 등과 함께다. 몇 해 전부터 부쩍 과거사, 주변국들과의 영토 분쟁 등 민감한 자국 내 이슈에 대해 소신 발언을 하기도 했다. 가령 2014년 마이니치 신문 인터뷰에서 하루키는 “일본이 전쟁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노벨상 포석으로 여겨졌다.

소설가 구효서씨는 “『상실의 시대』만 읽고 하루키를 퇴폐적인 작가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떤 작품들은 나조차 읽기 버거울 정도로 깊이가 있고 복잡하다”고 평했다. “현실 세계와 충돌하는 또 다른 세계를 소설에 즐겨 등장시키는데 단일한 세계에 대한 환상이나 도그마에 대한 경고”라고 해석했다. 문학평론가 백지연씨는 “신작을 아직 읽지 못했지만 난징대학살을 다룬 점으로 미뤄 사람들이 민감해하는 세계사적 이슈에 호응하려 한 것 같다”고 했다.

신작의 국내 선인세는 얼마나 될까. 『1Q84』의 대성공으로 ‘몸값’이 수직 상승한 상태다. 전체 3권 중 1·2권에 대한 선인세가 10억원 안팎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3권에 대한 선인세는 그보다 낮았을 것이다. 세 권 전체의 판매 부수는 200만 부(『1Q84』를 출간한 문학동네 자료)에 이른다. '남는 투자’였다는 점이 확실한 이상 자금력 있는 출판사들이 작품을 놓치지 않으려 할 거라는 관측이 설득력 있다. 민음사 양은경 차장은 “작품이 좋다 보니 오히려 무섭다”고 말했다. 하루키의 종전 선인세 기록을 깰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한 편집자는 30억원 설도 있다고 귀띔했다. 일본의 하루키의 전담 에이전트는 판권 계약을 중개할 국내 에이전트를 특정하지 않았다. 에이전트 간에도 경쟁을 할 수밖에 없어 어떤 출판사가 얼마의 선인세를 써낼지 알 수 없는 구조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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