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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와 중기] 증강현실 고글, AI 반려견 … MWC 눈길 잡은 한국 스타트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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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한국 스타트업 기업들이 지난 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 참석해 관람객들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유퍼스트는 창각 장애인을 위한 소리 탐지 넥밴드 ‘누구나’를 선보였다. 

한국 스타트업 기업들이 지난 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 참석해 관람객들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유퍼스트는 창각 장애인을 위한 소리 탐지 넥밴드 ‘누구나’를 선보였다.

3차원(3D) 프리즘 렌즈가 달린 고글을 쓰고 주변을 둘러보자 눈앞에 하얀 점 하나가 보인다. 시선을 돌리자 이 점도 따라 움직인다. 팸플릿에 초점을 맞추고 약 3초간 바라봤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응시하고 있는 지점에 반투명 해바라기 그림이 불쑥 나타났다.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보니 해바라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고글 앞에 달린 카메라가 팸플릿을 인식하면 데이터베이스 안에 있는 해바라기 그림이 뜨도록 설정된 증강현실(AR) 고글이다. 이 제품은 현대자동차의 증강현실 운전자 매뉴얼을 만들던 한국의 스타트업 맥스트 가 개발했다.

바르셀로나서 기술력·아이디어 입증 #소리 알려주는 장애인용 ‘넥밴드’ #원하는 그림 새기는 문신기도 인기 #97개 벤처 참여 해외진출 타진 #부스 흩어져 집중적 홍보효과 못 내

지난 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서 만난 한국 스타트업들은 대기업 못지않은 기술력으로 전 세계 관람객의 시선을 붙들었다. 97개 스타트업이 모인 ‘한국관’을 찾은 캐나다인 개발자 찰스 호프만은 “한국 스타트업 제품은 다소 투박해 보이지만 일상 속 아이디어를 차세대 기술 속에 담으려는 노력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양성 프로그램 ‘크리에이티브 스퀘어’ 1기 출신인 김재연 피움랩스 대표는 와이파이로 연결해 어디서든 조작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방향제 ‘피움’을 소개했다. 출근길에는 사무실에 청아한 민트향이, 퇴근길엔 집에서 편히 쉴 수 있는 라벤더 향이 나도록 조종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에 일정 시간마다 향기를 내뿜는 기능을 장착해 전통적인 향수를 대체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아이피엘은 음성과 영상을 인식하는 인공지능 반려견 ‘아이지니’(왼쪽 상단)를 소개했다.

아이피엘은 음성과 영상을 인식하는 인공지능 반려견 ‘아이지니’(왼쪽 상단)를소개했다.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주인에게 영상을 보내주는 인공지능 반려견 로봇도 중소기업이 개발했다. 아이피엘 이 내놓은 ‘아이지니 ’의 인공지능은 아직은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구글 어시스턴트를 기반으로 했지만, 자체 기술로 이를 보완했다. 음성으로 명령하면 전화를 걸어주거나 네이버·유튜브 검색도 해준다. 특히 스스로 움직일 수 있어 집 밖에서도 가정용 폐쇄회로텔레비전 이 보지 못하는 집안 곳곳의 모습을 감시할 수 있다. 아이피엘은 지난해 11월 중국기업 루보 와 계약을 하고 아이지니를 중국 시장에 수출하는 성과도 냈다. 아이피엘 관계자는 “아이지니는 맞벌이 부부가 출근한 뒤 집안에 있는 아이나 노인의 상태를 지켜보는 용도로도 쓸 수 있다”며 “국내 시장에는 올 6월 출시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청각 기능이 떨어진 장애인이나 노인을 위해 유퍼스트 가 개발한 소리 인식 넥밴드 ‘누구나’도 인기를 끌었다. 목에다 거는 블루투스 헤드셋처럼 생긴 이 넥밴드는 청각 장애 사실을 숨기고 싶은 마음을 헤어려 디자인됐다. 이현상 대표는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노인이 주변에서 말을 걸거나 지나가는 자동차가 경적소리를 내면 진동으로 소리가 나는 방향을 알린다”며 “지진이 발생하거나 카카오톡으로 메시지가 와도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이 제품은 복지제도가 발달한 유럽 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스케치온은 색조 화장품을 원료로 한 일회용 문신기 ‘프링커’를 각각 소개했다.

스케치온은 색조 화장품을 원료로 한 일회용 문신기 ‘프링커’를 각각 소개했다.

스마트폰에 있는 이모티콘이나 직접 디자인한 그림을 팔이나 얼굴 등에 빠르게 페인팅할 수 있는 기기 ‘프링커 ’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종인 스케치온 대표는 “지난해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바디 페인팅 제품을 프로모션하기도 했다”며 “놀이공원이나 지역 문화 축제 등 기업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을 다음달 중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맥스트가 개발한 증강현실 고글.

맥스트가 개발한 증강현실 고글.

SK텔레콤·KT 등 이통사의 지원으로 참여한 13개 스타트업들은 대기업과 같은 부스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들을 선보였다. 에프알텍은 KT와 공동 연구로 소비전력을 낮춘 스마트 발광다이오드(LED)를 전시해 해외 진출 기회를 얻었다. SK텔레콤 부스에서는 스타트업 TKS세미콘이 배달되는 채소와 육류의 배송 구간별 온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센서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이번 MWC 2017에는 총 97개 한국 스타트업이 참가했다. 해외 언론과 IT업계 관계자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을 수 있는 MWC는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 진출을 노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다. 하지만 ‘라 프렌치 테크’란 통일된 브랜드를 달고 하나의 부스에 스타트업을 모은 프랑스와 달리 제1홀에서부터 제8홀까지 사방팔방에 한국 스타트업 부스가 흩어져 있다보니 집중적인 홍보 효과를 노릴 수 없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정부는 단순히 부스만 잡아주고 말 게 아니라 스타트업들이 해외 언론에 어떻게 홍보를 해야 할지도 세심하게 도와줘야 한다”며 “행사 이후에도 벤처캐피털과 스타트업을 이어주는 후속 모임도 만들어 일회성 행사에 끝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 바르셀로나=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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