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리포트] 부동산 '부익부 빈익빈' 지금 잡아야 뒤탈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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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경제가 영 안 좋다. 여러 경제지표를 봐도 그렇고 시장 분위기도 비관적이다.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야단이다. 저물가.저소비 등으로 이어지는 디플레이션 징후가 보인다는 진단도 나오고, 일본 같은 장기적 복합 불황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경제가 이처럼 어렵다는데도 서울 등 주요지역 아파트값은 상승세다. 조인스랜드 아파트 시세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값은 지난 6월 13일 올들어 처음 하락세를 보인 뒤 계속 올라 달포 동안 2.15% 상승했으며 특히 강남권 아파트값이 대폭 올라 T주상복합단지의 경우 최근 한달새 최고 2억원가량 뛰었다. 이는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금융시장을 들여다보면 궁금증이 풀린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금융 소득자들의 생활이 엉망이 된 점을 유심히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시중은행의 3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연 4.6%로 3억원을 저축한 경우 이자수입은 이자소득에 붙는 세금을 떼고나면 월 96만원밖에 안된다. 물가를 감안하면 남는 게 없으니 금융권의 돈들이 빠져나올 수밖에 없다.

일부는 채권이나 주식시장을 기웃거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돈되는 부동산을 찾는 추세다. 돈없는 사람들은 값이 비싸 집 마련을 거의 포기한 상태지만 여유층들은 앞다퉈 집 사재기에 나서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얘기다.

부동산이라고 다 돈 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이라도 외곽의 인기 없는 아파트는 오히려 가격이 떨어졌다. 신규 분양 아파트 중에도 안팔리는 곳이 늘고 있으며 이미 분양한 아파트도 프리미엄은커녕 분양가 이하의 매물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인기 있는 특정지역으로 돈이 몰리면서 부동산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오르는 곳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그렇지 않은 곳은 냉랭하다.

그렇다고 부동산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그대로 방치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지금 같은 불경기 때야 큰 문제는 없겠지만 경기회복기에 다른 지역으로의 파급 영향을 감안해 미리 대책을 마련해둬야 뒤탈이 없다.

국세청이 뒤늦게 강남권 아파트 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투기조사를 벌이겠다고 했지만 근본대책은 못된다.

집값 진정책으로 신도시 건설 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재건축을 포함한 신규 아파트 단지에 일정 규모의 서민용 임대아파트 건설 의무화 등을 통해 여유층들의 강남 선호도 이른바 '커뮤니티 프리미엄'을 희석시키는 것은 어떨까.

아울러 부동산 관련 세금의 현실화와 함께 리츠 등과 같은 간접투자상품을 많이 내놓아 넘쳐나는 부동산 투자 수요 분산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

최영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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