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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서 대놓고 뻐끔 … 법망 피한 흡연카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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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달 28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한 카페. 100㎡(약 30평) 넓이의 실내에 들어서자 20여 명의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좌석마다 커피와 음료수, 담뱃갑과 재떨이가 보였다. 이곳은 4500~6800원 하는 커피를 마시며 실내 흡연을 할 수 있다. 일명 ‘흡연카페’다.

손님이 제조기서 음료 뽑는 방식 #자판기 영업, 금연구역서 빠져 #전국 수십여 곳서 성업 중 추산 #복지부, 법 개정해 규제하기로

지난달 28일 대전시 서구 한 흡연카페에서 손님들이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하고 있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28일 대전시 서구 한 흡연카페에서 손님들이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하고 있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현재 음식점과 카페·제과영업점(식품위생법상 식품접객업) 등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없다. 하지만 이 카페는 관할 구청에 ‘식품자동판매기영업’으로 신고를 한 뒤 7개월째 영업을 하고 있다. 법률상 금연구역 지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점을 이용, 실내 흡연이 가능토록 한 것이다. 이곳엔 커피 제조기 2대가 매대에 놓여 있었다. 돈을 지불하고 손님 스스로 커피제조기에서 원하는 메뉴를 뽑아 자리에 앉는 영업 방식이다. 카페 직원은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담배를 피울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애연가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금연구역 지정 대상을 피해 문을 연 흡연카페가 전국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2015년부터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시작으로 부산·대전 등 지방 곳곳에 ‘스모킹카페’ 등의 상호를 달고 영업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8월 확인한 전국 흡연카페 수는 15곳이다. 업계는 현재 수십 곳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흡연카페는 셀프로 운영되는 일반 카페와 외관상으로 매우 유사했다. 점원이 기계에서 커피를 뽑아 계산대 맞은편 탁자에 놓으면 손님이 이를 가져간다. 커피류 외에도 각종 차와 음료, 케익, 담배까지 판매했다.

경기 수원의 C흡연카페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 카페에선 점원들이 음료 주문을 받고 커피는 커피머신에서, 녹차와 페퍼민트 등 차 종류는 1회용 컵에 담아 손님들에게 건네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매장 한 켠에서는 아이스크림과 과자·컵라면도 판매했다. 최모(23·여)씨는 “합법적인 흡연카페가 생겨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일이 줄었다”고 말했다.

흡연카페 업주들은 식품위생법상 식품자동판매기영업으로 신고를 한다. 이럴 경우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상 금연구역 지정 대상에서 빠진다. 이 법 9조에 따르면 ‘식품위생법에서 정한 휴게음식점영업소, 일반음식점영업소, 제과점영업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범위를 명시했다.

일반 카페 업주들은 불만이다. 대구 수성구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전현욱(31)씨는 “적잖은 인테리어 비용을 들여 기존에 있던 흡연공간을 일반 좌석으로 변경했다”며 “영업형태가 일반 카페와 비슷한 흡연카페를 놔두는 것은 형평성이 어긋난다”고 말했다.

김희봉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서기관은 “식품자동판매기영업으로 신고한 흡연카페를 금연구역 대상에 포함되게 법 개정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성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박사는 “모든 영업장에 실내 흡연을 못하도록 하든지, 흡연 가능 구역을 별도로 명시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주·수원·대구=최종권·임명수·최우석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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