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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중, 베토벤보다 차이콥스키에 즉각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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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객석은 2523석이다. 2007년 앙상블 ‘디토’ 첫 공연엔 1680석의 유료 관객이 들었다. 2008년엔 2350명으로 늘어났다. 디토가 매년 여름 여는 공연은 2014년까지 유료 관객 90% 이상으로 사실상 매진을 기록했다.

실내악 앙상블 ‘디토’의 용재 오닐 #아이돌급 연주팀 … 관객 90%가 여성 #화성 모호한 코다이 연주 실패 경험 #관객 고문하는 공연은 안 할 생각 #6~7월 10주년 콘서트 6차례 열 것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은 앙상블 디토를 10년 동안 이끌며 실내악 청중을 발굴했다. [사진 강정현 기자]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은 앙상블 디토를 10년 동안 이끌며 실내악 청중을 발굴했다. [사진 강정현 기자]

이 팀의 리더인 리처드 용재 오닐(39·비올라)은 “10년 전엔 이 정도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기억했다. 그에게 디토는 단지 실내악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다. “베토벤 교향곡(9곡), 피아노 소나타(32곡)는 전곡 연주가 많은데 현악4중주(16곡) 전곡 연주는 왜 안할까, 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했다. 유명한 독주자, 거대한 오케스트라 공연의 틈새에 있던 실내악을 앞세웠다. 디토는 두 명이 연주하는 듀오부터 현악8중주까지 다양한 형태로 연주자들을 조합했다. 고정된 멤버도 없었다. 작곡가와 작품을 먼저 정하고 여기 맞춰 연주자들을 모았다.

젊은 아시아계 남성 연주자들의 조합은 관객의 새로운 반응을 만들어냈다. 디토는 연주자들을 주인공으로 화보·엽서를 찍고,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객석에서는 젊은 여성들의 환호성이 들렸다. 실제로 예매자 중엔 여성이 90%, 25~39세가 70%다.

오닐은 “연주자들 조합과 마케팅은 공연기획사에서 했다. 나는 실내악 음악의 가치를 청중이 알아볼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실내악을 초안(草案)이라고 생각한다. “피카소·라파엘로의 초안은 작가의 천재성을 더 잘 보여준다. 실내악도 작곡가들의 엄청난 세계를 소박하게 담고 있다”고 했다.

젊고 잘생긴 연주자들의 화려해 보이는 행보를 떠받친 건 이처럼 오닐의 실내악에 대한 확신이다. 그는 첫해에 브람스 피아노 5중주로 시작해 다양한 작품을 소개했다. 바흐에서 시작해 어렵고 복잡한 현대음악까지 섭렵했다. 이는 비올라 연주자인 오닐의 관심이 비올라 음악 바깥으로 넓게 뻗어있어 가능한 프로젝트였다. 그는 “바흐·베토벤의 세계를 알고 싶은데, 비올라 작품은 거의 없다. 다른 악기를 위한 음악으로 큰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악기를 위한 독주곡부터 오케스트라 작품까지 샅샅이 훑어본 비올리스트다.

오닐은 10년동안 청중이 실내악에 부쩍 가까워졌다고 본다. “해를 거듭할수록 청중 반응이 좀 더 직접적으로 느껴졌다”고 기억했다. 청중이 어떤 실내악 음악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정보도 쌓았다. “슈베르트·베토벤도 인기가 좋지만 진정한 승자는 차이콥스키였다. 그의 멜로디엔 청중이 즉각 반응한다”고 했다. 또 “리듬이 어려울 땐 청중이 잘 적응하지만 화성이 복잡하면 힘들어하더라”고 말했다.

실패에서도 배웠다. 오닐은 “디토 4년차에 고른 20세기 작곡가 졸탄 코다이는 실패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화성과 멜로디가 모호하니 청중이 부쩍 어려워하더라는 것이다. 그는 “디토 공연에 대한 구상은 많지만 청중을 고문하고 싶지는 않다”며 흥행과 깊이의 균형을 예고했다. 디토 10주년 기념 공연은 6월 14일부터 7월 2일까지 6차례 열린다.

글=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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