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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농단 의혹 돌직구 수사, 우병우 등 검찰 관련 의혹은 못 파헤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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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1호 03면

특검 명암과 검찰이 풀어야할 과제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돌직구’ 방식으로 수사해 국민적 의혹을 상당 부분 풀어줬다.”

특검 역사상 가장 많은 30명 기소 #성역 없는 수사로 의혹 규명 평가 #이영렬 지검장, 특수본 재편 수사 #우병우, 삼성 외 대기업 등 대상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 농단 의혹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대한 검사 출신 한 대형 로펌 변호사의 평가다. 지난해 12월 1일 박영수 특별검사 임명으로 시작된 특검 수사는 지난달 28일 수사 기한 종료일까지 90일간 숨 가쁘게 이어졌다. 재판에 넘긴 피고인만 총 30명이다. 이는 1999년 특별검사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다 인원이다. 삼성 관련 뇌물수수 의혹,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등 검찰이 건드리지 못했던 부분을 과감하게 파헤쳐 수면 아래 있던 국정 농단의 실체를 드러냈다. 김기춘(78) 전 대통령비서실장,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등 구속한 피의자들도 거물급이었다. ‘역대급 특검’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성급한 평가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수수사에 정통한 검사장 출신 한 대형 로펌 변호사의 지적이다. “정치적 색깔이 농후한 사건은 재판을 진행해 봐야 실제 수사가 잘된 건지 알 수 있다. 피의자가 구속된 건 영장전담판사가 몇 시간 서류를 검토해 내린 1차적 판단일 뿐이다. 재판에 가서 두들기고 흔들어보는 과정에도 특검이 구성한 사실관계가 탄탄해야 잘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이번 사건에서도 공소유지가 간단치 않아 보이는 부분들이 있다.”

미진했던 수사를 아쉬워하는 이도 많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포함한 검찰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던 부분이다. 2001년 이용호 게이트 특검에 특별수사관으로 참여했던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로스쿨 교수는 “특검이 최대 성과라고 얘기하는 뇌물 관련 수사가 왜 중요했던 건지 잘 모르겠다. 박 대통령 혐의가 직권남용이든 뇌물죄든 헌법 위반이라는 면에서 큰 차이 없다. 그 분야에 집중하느라 우병우 전 수석과 이어지는 검찰 수뇌부에 대한 수사는 못했다. 정유라씨에게 특혜를 준 이화여대 교수는 5명이나 구속해놓고 더 죄질이 나쁜 최순실씨 관련 의혹을 덮는 데 일조한 이들은 제대로 수사하지도 않았다. 파견 검사가 많았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은 다시 검찰로 넘겨진다. 지난 3일 특검으로부터 6만여 쪽에 달하는 수사기록·자료를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6일께 조직 구성을 마치고 공식 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기존 특수본을 재편해 특검이 못 다한 수사를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 특수본은 4일부터 본격적인 기록 검토에 들어갔다. 조직 구성은 기존 특수본처럼 이 지검장이 본부장을 맡고 특수부·첨단범죄수사부 소속 검사들이 합류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수본이 수사할 분야는 특검이 직접 조사를 진행하지 못한 박근혜 대통령 관련 남은 혐의들과 우병우 전 수석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 삼성 외 다른 대기업들의 뇌물 제공 혐의들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차질 없이 엄정하게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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