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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타봤습니다] 미식축구 선수 같은 근육질 차체, 시속 200㎞에도 조용 링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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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포드 ‘대통령차’ 링컨 컨티넨탈

링컨 컨티넨탈이 14년 만에 부활했다. 미국차의 특색을 앞세워 독일차 일색인 고급 대형 세단 시장에서 차별화했다. 3.0L 가솔린 엔진을 얹고 최고 출력 393마력, 최대 토크 55.3㎏f·m의 성능을 낸다. 이 차를 타고 서울~대전~아산 600㎞를 달렸다. [사진 링컨코리아]

링컨 컨티넨탈이 14년 만에 부활했다. 미국차의 특색을 앞세워 독일차 일색인 고급 대형 세단 시장에서 차별화했다. 3.0L 가솔린 엔진을 얹고 최고 출력 393마력, 최대 토크 55.3㎏f·m의 성능을 낸다. 이 차를 타고 서울~대전~아산 600㎞를 달렸다. [사진 링컨코리아]

포드의 고급차 브랜드 ‘링컨’은 미국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년)의 이름에서 따왔다. 이름에 걸맞게 1939년 1세대 링컨 컨티넨탈을 출시한 뒤 수십년 간 ‘대통령차’의 상징이었다.

YS·케네디 등 정상들의 차로 애용 #2002년 단종 후 14년 만에 새 모델 #2t 넘는 무게에도 승차감 안정 #뒷좌석 공간은 광활할 만큼 넓어 #동급 경쟁 차에 비해 연비는 낮아 #하얀·노란색 계기판은 고루한 느낌

미국에선 프랭클린 루즈벨트, 해리 트루먼, 존 F 케네디, 한국에선 전두환·노태우·김영삼 대통령이 링컨 컨티넨탈을 애용했다. 하지만 모회사인 포드의 경영이 악화하면서 2002년 단종됐다. 이렇게 퇴장했던 링컨 컨티넨탈이 14년 만에 부활해 지난해 12월 국내 출시됐다. 이 차를 타고 서울~대전~아산 일대 600㎞를 달렸다.

첫 인상은 미국차 특유의 ‘웅장함’이었다. 두툼한 엔진 보닛, 부드러운 곡선 디자인, 떡 벌어진 측면 어깨 라인이 미식축구 선수를 연상케 했다. 촘촘한 그물코를 박아 놓은 듯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영국 명차 ‘벤틀리’와 닮았다. 옆 유리창 바로 밑에 달린 문 손잡이가 눈에 띄었다. 손잡이 안 쪽을 가볍게 누르면 열리는 구조다. 안에서 문을 열 때도 버튼을 누르면 된다.

다소 고루해 보이는 실내. 기어봉을 없앤 대신 내비게이션 옆에 버튼을 달았다. [사진 김상선 기자]

다소 고루해 보이는 실내. 기어봉을 없앤 대신 내비게이션 옆에 버튼을 달았다. [사진 김상선 기자]

링컨이 자랑하는 운전석에 올라탔다. 30개 방향으로 조절 가능한 시트다. 머리·어깨·허리·옆구리·엉덩이를 모두 체형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좌우 허벅지 쿠션 위치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을 정도로 세분화했다. 스코틀랜드에서 링컨 컨티넨탈을 위해 전용으로 생산했다는 소가죽 감촉도 매끄러웠다. 시동 버튼을 누르자 6기통 3.0L 가솔린 엔진이 부드럽게 뛰기 시작했다.

독일차의 칼칼한 맛, 이탈리아 스포츠카의 짐승같은 굉음, 일본차의 쥐 죽은 듯한 정숙함과 또 다른 느낌이었다. 뒷좌석까지 2중 접합 유리를 적용한 덕분일까. 실내 정숙성이 만족스러웠다. 뒷좌석은 ‘대통령’을 감안한 차인 만큼 광활했다. 무릎 공간, 머리 공간 모두 부족함이 없었다.

19개 스피커로 구성한 최고급 오디오 브랜드 ‘레벨’ 오디오로 클래식을 틀었다. 분명 차 안인데 멀리서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뒷좌석에 앉은 가족은 금세 잠이 들었다. 서해안고속도로에 들어서자마자 가속 페달을 꾹 밟았다. 답답함 없이 시속 200㎞까지 눈금이 시원하게 올라갔다. 동승자조차 200㎞로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2t 넘는 덩치를 부드럽게 밀어내는 승차감이 인상적이었다.

점잖은 외모 때문에 느긋하게 구동할 거란 선입견이 깨졌다. 최고 출력 393마력, 최대 토크 55.3㎏f·m라는 제원이 실감났다. 일부러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곡선도로에 들어섰다. ‘언더스티어’(무게 때문에 앞쪽이 곡선도로 바깥쪽으로 밀리는 현상)가 날 것 같은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안쪽을 향했다. 특히 고속으로 너울을 통과할 때 빠르게 자세를 추슬렀다.

미국차 특유의 물렁한 서스펜션(노면 충격이 탑승자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을 비교적 단단하게 가다듬은 느낌이었다. 200㎞를 내리 달리자 졸음이 쏟아졌다. 마사지 버튼을 눌렀다. 주무르는 ‘시늉’만 하는 다른 브랜드와 달리 엉덩이까지 ‘꾹꾹’ 지압했다. 실내 디자인에서 ‘기품’이 느껴졌지만 다소 고루한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계기판이 대표적이다. 왼쪽에 분당엔진회전수(RPM), 가운데 속도계 눈금을 하얀색·노란색으로 표시하고 촌스러운 폰트로 마감했다.

총천연색 디지털 계기판이 일반화한 상황에서 색감·디자인 모두 90년대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암레스트(팔걸이) 주변 짙은 원목 마감도 과거 ‘각그랜저’ 시절에나 볼 수 있던 디자인이었다. ‘기어봉’을 없애고 내비게이션 옆 버튼식으로 바꾼 점은 호불호가 갈릴 듯 했다.

고급차는 물론 중형 세단에도 8~9단 자동변속기가 대세인데 6단 변속기를 단 점도 옥에 티였다. 변속할 때 지나치게 여유를 부렸다. ‘S(스포츠)’ 모드에서조차 변속이 날카롭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웠다. 공인 연비는 L당 7.5㎞. 주로 고속도로에서 정속 연비 주행했는데 실제 연비는 L당 8.9㎞를 기록했다. 비슷한 제원의 BMW 740Li 연비가 L당 9.7㎞, 4.6L 가솔린 엔진을 얹은 렉서스 LS 460 연비가 L당 8㎞란 점을 감안하면 연비에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웠다. 가격은 8250만~8940만원.

경쟁차로 꼽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1억3600만~1억4100만원)나 BMW 7시리즈(1억3490만~1억9810만원), 렉서스 LS(1억1120만~1억3800만원)는 물론 제네시스 EQ900(7300만~1억1700만원)보다 싼 편이다. 가격만 놓고 봤을 땐 벤츠 E클래스(6090만~9870만원), BMW 5시리즈(6630만~8790만원)와 비슷하다. 볼보 S90(5990만~7490만원)보단 위다.

링컨을 타는 동안 ‘회장님차’로 불리는 고급 대형 세단 시장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판매 비중이 크진 않지만 상징성 때문에 각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야다. 브랜드 이미지를 결정짓는 ‘플래그십(기함)’ 인데다 수익성·성장성 모두 높기 때문이다. 위로는 독일·일본·영국산 고급차, 아래로는 일본산·중국산 보급차에 낀 제네시스가 돌파구를 찾아야 할 시장이기도 하다. 요즘 고급 세단은 예전의 중후함을 잃고 자꾸 젊어지고 있다.

링컨은 여기서 ‘따라가기’ 대신 차별화를 택했다. 하지만 70세에 대통령에 오른 ‘로널드 레이건’이 아니라 버락 오바마 같은 ‘꽃중년’에게도 매력적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대전=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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