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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은 왜 매년 2월 4, 5일일까… 삼국시대부터 태양력 썼기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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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봄 맞으러 갑니다!' 입춘을 이틀 앞둔 2일 충남 논산시 연산면 양지서당에서 유복엽 훈장(가운데)과 제자들이 봄을 맞아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등의 글귀를 쓴뒤 대문에 붙이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논산=연합뉴스]

4일은 절기상 한 해가 시작되는 입춘(立春)이다. 입춘과 같은 24절기를 음력(陰曆)으로 잘못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농경사회가 중시해 온 오랜 전통이라 음력이라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일반적 인식과 달리 입춘은 삼국시대부터 사용해 온 양력(陽曆.태양력)이다.

24절기는 농사를 위해 만들어졌다. 절기는 농사를 잘 짓기 위한 한 해의 일정표인 셈이다. 한 해의 일정을 잡는 데는 태양력이 더 정확하다. 농사를 짓기 위해선 파종.추수 등에 가장 좋은 날짜를, 즉 계절 변화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런데 달의 운동에 근거한 음력은 오차가 크다.

그래서 고대인들은 일찍부터 24절기를 양력으로 산정했다. 태양이 움직이는 길인 황도(黃道)를 따라 동쪽으로 15도 간격으로 나누어 24점을 정했다. 각 절기의 간격은 대체로 15일이다. 음력과 양력의 한 해 차이는 약 11일. 3년이 지나면 한 달가량 차이가 나고, 계절도 그만큼 격차가 생긴다. 따라서 각 절기는 달을 기준으로 하는 음력과는 맞지 않는다. 연세대 천문학과 나일성 명예교수는 "예로부터 농부들은 음력으로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며 "흔히 음력이 상세히 표기된 달력에 절기가 빠지지 않고 나오는 까닭에 많은 현대인이 24절기를 음력으로 오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4절기는 중국 주나라(BC 1046~BC 771) 때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엔 삼국시대에 들어왔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순수한 의미의 음력은 사용된 적이 없다. 역법(曆法)이 처음 전해졌을 때부터 달과 태양의 움직임을 동시에 감안한 '태양태음력'을 사용했다.

양력(陽曆.태양력)을 서양에서 들여온 '양력(洋曆.서양 달력)'이라 생각하는 것도 잘못이다. 같은 태양력이지만 계산법이 조금 달라 입춘이 2월 4일이 되기도 하고 5일이 되기도 한다. 음력으로 쇠는 설.추석.단오 같은 명절은 매년 날짜가 크게 바뀌지만 양력 기준인 24절기는 날짜 변동이 거의 없다.

입춘은 새해 첫째 절기이기 때문에 농사와 관련된 행사가 많다. 우리 조상들은 입춘에 보리 뿌리의 성장 상태를 보아 그해 수확을 내다보는 '보리뽑기 점'을 치곤 했다. 지금도 많은 가정에선 대문에 '입춘대길(立春大吉)' 네 글자를 붙여 놓고 한 해의 행운을 빌곤 한다.

입춘은 말 그대로 '봄의 전령사'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대지에 온기가 감돌기 시작하는 시기다. 입춘에서 보름이 지나면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 머지않아 '생명의 고동'이 힘차게 울려퍼질 것이다.

박정호.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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