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치는 환율 … 칼 뽑는 '수출 빅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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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일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근 환율 급락으로 현대.기아차그룹과 LG전자가 잇따라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도 상시 비상경영 체제의 고삐를 죄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일 현대차 울산 공장을 방문해 "정신 재무장으로 비상 관리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출 비중이 76%에 달하는 현대차에 환율 하락은 올해 경영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가장 큰 위협 요인"이라며 "모든 임직원이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각오를 새롭게 다지자"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 연간 매출은 약 2000억원 줄어든다"며 "유로화 등 결제 통화를 다변화해 환율 하락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달러 환율이 연초 1139원에서 연말 1023원으로 낮아지면서 현대차 매출은 1조883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쌍수 LG전자 부회장도 이날 직원들에게 돌린 '2월의 메시지'에서 "마지노선으로 생각했던 950원 선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올해도 지난해와 같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비상경영의 자세로 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환율로 많은 고통을 겪었던,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지난해의 기억이 새해 벽두부터 되살아나고 있다"고 토로한 김 부회장은 유가 상승과 판매가 하락이 이어지는 것을 우려했다. 그는 그러나 "비상경영이라고 해서 무작정 줄이고 보자는 식의 긴축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며 업무효율성을 높일 것을 역설했다. 긴축 전략으로 현재의 위기는 이겨낼 수 있겠지만 체질을 강화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지난달 말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윤 부회장은 "경쟁사인 유럽이나 일본 기업도 환리스크에 노출돼 있기는 마찬가지"라며 "환율 타령으로 스스로 경쟁력을 갉아먹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창우.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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