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VX테러, 김정은 책임 여부 철저 규명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정부가 김정남 암살 사건을 ‘국가 주도의 화학무기 테러’로 규정하고 국제공조에 나서기로 했다.

“북 주도 화학무기 테러” 규정 #가담자를 IS처럼 대응 주장도 #윤병세, 오늘 유엔서 공조논의

당초 2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에는 외교부 2차관이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신경작용제인 VX를 사용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윤병세(사진) 장관이 직접 참석하기로 했다. 윤 장관은 26일 출국길에 기자들과 만나 “금지된 화학무기 사용의 반인권적 측면 등을 조목조목 따지며 여론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21세기 들어 VX를 사용한 것으로 지목된 단체는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부군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뿐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에는 궁극적으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책임 규명까지 화살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북한 당국의 ‘책임 규명(accountability)’과 관련자들에 대한 ‘예외 없는 처벌(no impunity)’ 원칙을 적용하기 위한 여론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부 일각에선 국제사회가 이번 사건 가담자들을 신종 ‘외국인테러전투원(FTF·Foreign Terrorist Fighter)’으로 볼 수 있도록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FTF는 IS가 전 세계 젊은이를 테러리스트로 모집하는 데서 생겨난 개념이다.

2014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178호는 FTF를 ‘테러를 자행·계획·준비·참여할 목적으로 자신의 국적국 외에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개인’으로 규정하고 각 회원국에 이들의 출입국을 막도록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 공작원들이 말레이시아까지 가서 제3국인을 킬러로 고용해 다중이 이용하는 공항에서 민간인을 암살했고, 특히 VX를 써서 다른 민간인들과 시설에 대한 2차 피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며 “요건만 놓고 보면 FTF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자는 미국 내 움직임과도 궤를 같이한다”고 덧붙였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