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가외길… 명분·방법만 남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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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민주당총재가 10일 대통령 후보출마를 공식선언한데 이어 김대중고문도 11일 성남대회에서 사실상의 출마선언을 했다.
김고문의·공식선언은 절차만 남겨두고 있는 셈이어서 두김씨의 독자출마가 기정사실화됐다.
따라서 두사람이 모두 대통령후보로 등록, 선거전에 뛰어들 것은 이제 분명해졌다.
다만 두사람이 지금까지 단일화를 부르짖었던만큼 어떤 구실을 가지고 갈라설 것이냐는 분가의 명분과 방법만 남았다고 할수 있다.
두사람이 분가하는 방법으로는△한쪽은 민주당후보가 되고 한쪽은 분열해나가 신당을 만들거나△민주당이 후보를 못낸채 두사람 모두 무소속으로 나가는 방법이 있다.
김총재측은 그의 출마공식선언에서 「당총재」로서 「민주당중심」으로 선거혁명을 전개할 것임을 밝혔다. 당내 우위를 최대한 활용해 「민주당후보」를 차지함으로써 그동안 대여투쟁을 주도해온 야당인 민주당의 간판을 업겠다는 것이며, 이것은 결과적으로 김고문이 양보하지 않는한 민주당에서 밀어냄으로써·선거전에서의 우위를 확보하려는 속셈이라는 것은 두말할 것 없다.
따라서 김총재측은 현재 창당되어있는 56개지구당만으로 대통령후보지명대회를 치를 작정이다.
56개 지구당중 김총재측이 반수가 넘는 30개 지구당을 장악하고 있고 「법적으로는」 이 과반수로 전당대회소집·후보지명등을 강행할수 있도록 되어 있는 점을 최대한 이용하겠다는 생각이다.
김총재측은 17일 부산대회에서 지금까지 김고문이 모은 군중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군중을 끌어모아 지지도를 과시한후 그 기세를 전당대회소집 강행까지 밀어붙인다는 작전이다. 전당대회 소집 시기는 김고문이 분열을 강행할 경우 보게될 피해를 최대한으로 하기 위해 선거일 가까이까지 바싹 늦춰 10월말, 11월초로 잡고있다.
그렇게되면 김고문측은 신당을 만들 여유도 없으며 선거과정에서 분열 또는 분가의 비난을 뒤집어 쓸수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이처럼·김총재측이 전당대회를 강행, 민주당후보를 차지하려는데대해 김고문측은 여러가지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어차피 분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로인한 감표 효과를 최소화하면서 독자출마의 명분을 구하는데 고심하고 있다.
김고문측은 김총재가 단일화노력을 중단하고 먼저 공식출마 선언을 해버렸기 때문에 이제 독자적으로 출마선언을 해도 무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그 방법에 있어서△김총재가 「민주당후보」가 되지 못하도록 전당대회소집을 못하게할 것이냐△신당을 만들것이냐, 아니면 무소속이나 「국민후보」 의 방식을 취할 것이냐는 선택이 남아있다.
김총재를 민주당후보가 되지못하게 하려면 전당대회 소집을 저지해야한다. 아직 36개 지구당이 창당되어 있지 않으므로 그 창당의 선행을 주장하면서 전당대회소집을 막을 명분은 있다. 정무회의등에서 반대하고 전당대회 소집을 지연시키는 방법도 있으며 김총재측이 소집을 강행하면 「반당대회」라는 이유로 당내외에서 시비를 걸수도 있다. 이런 과정에서 태어나는 「민주당후보」에 대해서도 타격을 가할수 있으며 분가해 나갈 구실도 생긴다.
따라서 전당대회소집을 둘러싼 두김씨측의 공방이 앞으로의 중요 쟁점이 될 것이다.
김고문측은 분가할 경우의 방안에 대한 결론은 아직 내리지못한것 같다.
신당을 창당하라는 것이 원외측의 강력한 요구이긴 하지만 막상 창당해놓고 호남출신 의원들만따라오거나해서 내용이 빈약할경우의 부정적 효과도 고려하지않을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김고문측은 당을 새로 만들든, 무소속으로 나가든간에「국민후보」 라는 형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재야등을 광범하게묶어 「국민연합」 과 같은 기구를 만들어 추대되는 방법이다.
김총재가 「민주당후보」가 되고 김고문이 「국민후보」가 되어 두사람 모두 출마하게되면 당내외의 강한 압력을 받게될 것은 필지의 사실이다.
만약 선거과정에서 야당세가 두김씨의 분열로 약세인 것으로 나타나면 다시 단일화 요구가 나올 것이다. 양측 모두 유세과정에서 단일화할수 있다는 여운은 남겨두려 하고있는 것도 그런까닭이다.
그러나 막상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열기에 들뜨게되면 우열이 객관적으로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한 어느 쪽이 과연 물러서려 할지 알수 없는 노릇이다.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두김씨 진영은 감정대립의 요소까지 겹쳐있는 실정이다.
두김씨 진영 모두 이번선거가 어떤 형태로든지 「두김시대의 청산」이 될것으로 본다. 두사람 모두 나와 패배한다면 그들의 시대는 그것으로 끝날 것이다. 그중 어느한쪽이 되더라도 두김씨는 갈라설것이라는게 자신들의 분석이다.
이번 선거는 그들로서는 그야말로 사활이 걸린 싸움이고 그래서 물러설수 없는 것인지도모른다.<김영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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