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폐쇄된 개성공단을 중국 기업에 넘기려 한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예상된다. 대북 정보 관계자는 23일 "북한 당국은 지난해 여름부터 단둥지역 중국 기업을 만나 개성공단 유치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북한을 다녀온 중국의 기업 관계자를 여러 명 만났다"면서 "다수의 중국 기업들이 개성공단을 수차례 방문했고 시제품까지 생산했다"고 전했다. 이들 기업은 이미 평양 등 북한 지역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기업에 개성공단에 들어갔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드러났다. 북한은 최근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과 중국 기업에 판매하려고 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중국의 기업 관계자들이 투자 결정을 주저하자 신압록강대교 북측 구간 정상 가동까지 약속했다"고 말했다. 북한과 중국은 2014년에 이미 신압록강대교를 완공했으나 북한 측 도로 연결 부분은 그대로 남겨뒀다. 국책연구소의 북한 전문가는 "북한은 중국 경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우려해 공사를 지연했다"면서 "도로 공사를 약속했다는 건 북한의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중국 세관 관계자도 "올해 완공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귀띔했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개성공단이 중단된 뒤 중국과 홍콩에서 활동하는 기업을 유치하고자 했다.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부소장은 "2013년에 김양건이 직접 나서기도 했었다"면서 "북한이 또다시 중국 기업을 유치하려는 것은 그만큼 개성공단에 미련이 남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당국자는 "북한이 절박하다는 건 결국 대북제재의 효과를 보여준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사태를 파악하고도 별다른 조치 없이 방치한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올해 들어 북한의 유치활동이 본격화하면서 공단을 다녀온 중국 기업들이 늘어났다. 이 때문에 조봉현 부소장은 "정부가 나서 한국 기업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 지난해 여름부터 개성공단 드나들어 #공장 가동해 시제품까지 만들며 투자 고심 #북한, 완제품 유출에 이은 조치...비난 피하기 어려워 #정부, 대북제재 효과만 언급하며 별다른 조치없어 #
박용한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