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관왕' 이승훈 "끝나는 날까지 최고가 되겠다"

중앙일보

입력

겨울아시안게임 4관왕 달성한 이승훈.

겨울아시안게임 4관왕 달성한 이승훈.

"아시아에서 전무후무한 선수가 되고 싶다."

이승훈(29·대한항공)이 한국 겨울아시안게임 사상 처음으로 4관왕에 올랐다.
이승훈은 23일 일본 홋카이도현 오비히로 오벌에서 열린 2017 삿포로 겨울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11명의 선수 중 8분12초72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승훈은 20일 남자 5000m와 22일 1만m, 남자 팀추월에서 금메달을 딴데 이어 이날 매스스타트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이번 대회에 출전한 모든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역대 겨울아시안게임에서 4관왕에 오른 한국 선수는 이승훈이 처음이다. 쇼트트랙의 김기훈(1990년 삿포로)과 채지훈(1996년 하얼빈)·안현수(2003년 아오모리) 등이 3관왕에 오른 적은 있지만, 4관왕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겨울아시안게임 금메달 수를 7개로 늘린 이승훈은 안현수가 가지고 있던 역대 겨울아시안게임 한국 선수 통산 최다 금메달 기록(5개)도 훌쩍 뛰어넘었다.
이승훈은 "다리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접을 뻔 했다. 만약 아시안게임 출전을 포기했더라면 이런 영광을 누리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원래 1만m를 뛰고 나면 몸살이 날 정도로 힘이 들어서 다음날 경기에 나서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선 1만m를 뛰고도 몸이 멀쩡해서 매스스타트도 잘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 다리 부상.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 다리 부상.

이승훈은 지난 10일 테스트 이벤트로 열린 강릉 종목별 세계선수권 팀추월 레이스 도중 넘어져 상처를 입었다. 자신의 스케이트 날에 오른 정강이를 베어 여덟 바늘을 꿰매는 부상을 당했다. 실밥도 뽑지 않은 상태에서 아시안게임 출전을 강행했는데 뜻밖에 4관왕 달성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됐다.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 다리 부상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 다리 부상

이승훈의 주종목은 팀추월과 매스스타트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1만m 금메달 5000m 은메달을 땄지만 유럽에서 톱클래스 선수들이 많이 나오면서 점점 흥미를 잃었다. 이승훈은 "사실 최근 5000m와 1만m에서 별다른 성적이 나오지 않아 자신감을 잃었다. 평창 겨울올림픽에선 팀 추월과 매스스타트만 집중하자고 마음먹었는데,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이승훈은 우리 나이로 30세다. 운동선수로는 이제 전성기가 지났지만 꾸준히 성적을 내고 있다. 이승훈은 "유럽엔 나보다 나이가 많지만 좋은 기량을 펼치는 선수들이 많다"며 "강한 훈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평범한 선수로 남을 수밖에 없다. 훈련의 양은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데, 이건 선수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라고 했다. 

이승훈의 목표 달성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선수 생활을 그만두는 날까지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싶다. 아시아에서 전무후무한 선수로 남고 싶다"고 했다.
이승훈의 뒤를 이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을 이끌 기대주로 꼽히는 김민석(18·평촌고)은 남자 1500m에서 1분46초26의 아시아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김민석은 전날 팀추월에 이어 1500m에서도 정상에 올라 2관왕을 차지했다.
오비히로=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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