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팔아요" … '8·31'이후 강남 고가아파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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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없이 호가만 껑충 뛴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국내 최고가 아파트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아이파크는 최근 6개월 동안 단 1건밖에 거래되지 않았다. 또 최고가 아파트 자리를 놓고 삼성동 현대아이파크와 경쟁하는 대치동 동부센트레빌도 같은 기간 고작 4건만 거래됐다.

고급아파트 실수요자들이 8.31대책 이후 대형.고급아파트 값은 더욱 뛸 것으로 판단하고 매물을 거둬들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똑똑한 아파트' 한 채만 보유하려는 현상을 반영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1일 삼성1동사무소와 강남구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이후 월 1건씩 꾸준히 거래가 이뤄지던 삼성동 아이파크는 지난해 8월 이후 거래가 끊기다시피했다. 지난해 12월 55평형이 24억원에 거래된 게 최근 6개월 동안의 거래내역 전부다.

449가구의 아이파크보다 단지 규모가 적은 삼성동 홍실아파트(384가구)가 같은 기간 8건 거래된 것과 비교된다. 삼성동 아이파크 공인 관계자는 "아이파크 단지 전체에서 바로 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가 1건일 정도로 매물이 귀하다"며 "매도.매수 호가 차이가 3억~4억원이나 되는 것도 거래위축의 한 원인이지만 실수요자가 대부분인 집주인들이 적극적인 매도 의사를 보이지 않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805가구의 대치동 동부센트레빌도 상황이 비슷하다. 지난해 2~7월 29건이 거래됐으나 지난해 8월부터 올 1월까지는 4건만 손바뀜됐다. 대치1동 센트레빌 부동산 관계자는 "50~60평형대 대형 아파트에 살 여건이 안 되는 초기 재건축 조합원들이 지난해 초 아파트를 팔고 나간 이후 거래가 많이 끊겼다"며 "8.31 대책 이후 매물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해 지금은 1건도 없다"고 말했다.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부작용도 나온다. 삼성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삼성동 아이파크의 경우 워낙 거래가 없어 시세를 가늠하기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매수희망자가 호가대로 계약하면 곧 시세로 이어지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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