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판매요? 잔 펀치 날리기 작전 쓰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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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cellpadding="0" cellspacing="0" border="0"><TR><TD colspan="2" valign=top style="line-height:20px;"><table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align="left"><tr><td><img src="http://auto.joins.com/picture/news/200602010384200_article.jpg" border="0"></td></tr></table>"영업맨은 끊임없이 잔 펀치를 날리는 아웃복서여야 합니다. 한 방으로 끝내려고 해서는 안되죠."

대우자동차판매 임병진 상무(50)는 국가대표 복싱선수 출신이다. 링에서 내려와 자동차를 팔기 시작한 지 올해로 17년째. 입사 이후 여러 차례 영업실적 1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올해 초 충청.호남 지역의 버스.트럭 등 상용차 판매를 총괄하는 충청.호남본부장을 맡게 됐다. 휘하에 지점 6개를 거느리는 막중한 자리다.

그는 20대 중반까지 '잘 나가는' 권투선수였다. 선수로는 비교적 늦은 고교 3년 때 복싱에 입문한 그는 1975년 대우아마추어복싱팀의 창단 멤버로 활동하며 같은 해 아시아선수권 밴텀급 금메달을 땄다. 77년 킹스컵국제복싱대회에서 페더급 은메달, 7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선 페더급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을 미국과 함께 보이콧하면서 그의 인생 항로가 바뀌었다. 복싱 인생의 목표였던 올림픽 금메달의 꿈이 좌절되자 권투와의 인연을 끊은 것이다.

임 상무는 "동료들 가운데 몇몇은 프로로 돌았지만 나는 공부(중앙대 체육학과)를 택했다"고 말했다. 대우 복싱팀에 몸담았던 인연으로 졸업 후 대우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90년 자동차 영업맨으로 변신했다.

"처음엔 영업 현장이 사각의 링보다 더 살벌하게 느껴졌어요. 고객을 대하는 것도 서툴고 비즈니스 상식도 부족해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으로 잠 못 이룰 때가 많았죠."

하지만 그는 힘들 때마다 '내가 147번 싸워서 144번 이긴 복싱선수였는데…'라고 되뇌며 마음을 다잡았다. 링에 올라 살아남기 위해 상대 선수의 스타일을 연구하고 연습했듯이 필사적으로 직장 생활의 노하우를 연구했다고 한다.

치열한 공부 끝에 그가 얻은 결론은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영업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회사 조직 내에서는 물론이고 영업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감동시키자고 작정했다. 그는 "4000원짜리 김치찌개를 사 먹을 때도 맛나고 친절한 집을 찾는데 수천만원짜리 차를 아무한테나 사겠느냐"고 했다.

그의 고객 감동 작전은 특별했다. 큰 아파트 단지에서 판촉할 때면 주부들에게 순두부를 나눠줬다. 겨울에는 차 옆에 붕어빵 기구를 설치하고 붕어빵을 구어 손님들에게 돌리기도 했다.

충청.호남본부장을 맡은 뒤엔 차를 산 고객을 반년 동안 다섯 번 찾아가는 사후관리 서비스를 도입했다. 차를 산 지 10, 30, 60, 90, 180일 되는 날 영업사원이 고객을 찾아가 불편 사항을 듣는 것이다. 그동안 그가 이끌었던 전남지점(93년),구리지점(97년),상용2본부(2004년)가 전국 30여 개 지점 중에서 그 해에 가장 좋은 영업실적을 낸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직장에서 꽤 무서운 상사일 것 같다고 했더니 임 상무는 "칭찬의 힘을 믿는다"고 했다. 부하들을 칭찬으로 리드한다는 것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싸움꾼으로 부모님 속을 꽤나 썩혀 드렸어요. 하지만 그런 저를 '날 닮아 강하다'고 칭찬해주신 아버지 덕분에 나쁜 길로 빠지는 대신 복싱을 선택했지요."

임 상무는 부인 문영지(46)씨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TD></TR></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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