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의 힘' 설 교통체증 뚫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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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작 서해안고속도로에 올라선 박씨는 예상 외로 차가 막힘없이 달리는 것에 의아할 정도였다. 시원스레 차를 달려 서울 송파 집까지 1시간30분이 걸렸다. 평소 소통이 원활할 때와 다름없는 시간이었다.

박씨는 "지난해에는 세 시간 넘게 걸렸다"며 "올해는 고향 다녀오는 길이 예상보다 수월했다는 동료가 많다"고 했다. 물론 예년처럼 혹독한 귀성.귀경 전쟁을 치른 경우도 있다.

전북 정읍이 고향인 김인수(40)씨는 지난달 27일 오후에 고향에 갔다가 설 당일인 29일 오후 귀경했다. 경부~천안-논산~호남고속도로를 이용했다. 갈 때 8시간, 올 때 6시간이나 걸렸다. 평상시 3시간이면 족한 거리였다. 또 연휴 직후인 31일 오후부터 막바지 귀경차량이 몰리면서 전국 고속도로 곳곳에서 정체를 빚기도 했다.

그러나 올 설연휴는 예년에 비해 고향 오가는 길이 많이 수월했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사흘이라는 짧은 연휴를 감안하면 교통 흐름이 대부분 원활했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라는 것이다. 지난해 귀경길에 부산에서 서울까지 최대 9시간이 걸렸으나 올해는 7시간50분으로 1시간 이상 줄었을 정도다.

그렇다고 전체 교통량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지난해 설 연휴 기간에 움직인 차량은 1168만여 대였으나 올해는 6.6% 늘어난 1245만 대였다.

◆ 발달한 정보통신이 효자=한국도로공사 측은 인터넷.휴대전화 등을 이용한 실시간 교통정보 제공이 교통체증을 덜어준 것으로 분석한다. 출발 전이나 운전 중에 실시간으로 도로상황을 확인해 출발시간을 조정하거나 우회도로를 택했다는 것이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올 설 연휴 전날부터 연휴가 끝나는 날(27~30일)까지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무선인터넷에 접속, 한국도로공사 홈페이지를 찾은 수는 48만7900회에 달했다. 지난해 41만2000회에 비해 18.4%나 늘었다.

특히 도로공사가 제공하는 종합교통포털인 로드플러스의 접속 건수는 지난해 7만5700회에서 올해 29만 회로 무려 284%가 증가했다. 또 도로공사의 자동안내전화(ARS) 이용은 63%,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실시간 교통상황을 알려주는 서비스 이용도 21%가 늘어났다. 증가 추세인 차량용 GPS와 내비게이션을 이용한 것도 한몫했다.

김광수 도로공사 교통관리팀장은 "CCTV 등 고속도로상의 각종 시스템을 통해 얻은 실시간 교통상황을 바로 홈페이지 등을 통해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체계가 자리 잡아 제 구실을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도로정보를 활용한 덕에 특정 고속도로에 집중됐던 교통량도 올해 많이 분산됐다. 지난해 귀성길에 경부선의 경우 분담률이 46.9%였으나 올해는 35.4%로 낮아졌다. 반면 중앙고속도로는 16.8%에서 22.0%로, 중부내륙고속도로는 36.3%에서 42.6%로 높아졌다.

◆ 좋은 날씨와 KTX도 한몫=서훈택 건교부 종합교통기획팀장은 "예년에 비해 큰 비나 눈이 없었던 날씨가 원활한 교통 흐름의 주요 요인이었다"고 분석했다. 연휴 마지막인 지난달 30일에 비가 내리고 일부 지방에서는 눈이 왔으나 고속도로 소통에는 별다른 지장을 주지 않았다.

또 지난해보다 운행 편수가 늘어난 고속열차도 설 귀성.귀경객 수송의 숨통을 터줬다. 지난해 처음 설 귀성.귀경객을 실어나른 KTX는 지난해 설연휴에 하루 평균 이용객이 9만6000명이었으나 올해는 14만여 명으로 40%나 늘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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