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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내성균 잡는 신종 세균 낙동강에서 발견

중앙일보

입력

배양접시에 자란 파우시박터 CR182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배양접시에 자란 파우시박터 CR182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낙동강에서 항생제 내성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신종 세균이 발견됐다.
이 세균이 만들어 낸 항균물질은 대량 생산을 통해 의약품 등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환경부 낙동강생물자원관은 22일 의료 폐기물과 축산 폐수 등으로 오염된 경북 상주시 인근 낙동강 지점에서 신종 세균인 파우시박터(Paucibacter) 속(屬)의 세균 균주 CR182을 분리했다고 밝혔다.
2015년 10월 채집한 물 시료에서 분리된 이 균주는 항생제인 '메티실린에 내성을 가진 황색포도상구균' 즉 MRSA의 생장을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황색포도상(狀)구균은 공 모양의 세포를 가진 세균이 포도송이 모양으로 뭉쳐 있는 것으로, 상처를 통해 인체에 침입해 감염을 일으킨다.

또 폐렴·패혈증을 일으키는 원인균으로도 알려져 있다.
황색포도상구균 중에서 메티실린에 내성을 가진 MRSA는 아미노그리코시드계(系), 베타락탐계, 매크롤라이드계 등 항생물질에도 내성을 가지고 있다.

낙동강생물자원관 연구팀 정유진 박사는 "MRSA를 접종한 배양접시 위에 CR182 균주를 묻힌 작은 종이 디스크를 올려놓았더니 MRSA의 성장이 억제됐다"고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균주의 유전자 일부(16S rRNA)와 세포 성분을 분석, 이 균주가 파우시박터속(屬)의 세균인 것으로 확인했다.

낙동강생물자원관, 상주시 인근에서 #메티실린 내성 포도상구균 성장 억제 #의약품과 사료첨가제 등에 활용 기대 #시아노박테리아 독소 분해 가능성도

연구팀은 지난해 12월 이 균주에 대해 특허를 신청했다.

 파우시박터CR182 균주의 투과전자현미경 사진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파우시박터CR182 균주의 투과전자현미경 사진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국내에서 파우시박터속 세균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세계적으로도 공식 등록된 파우시박터속 세균은 지금까지 단 1종뿐이며, 이번에 낙동강에서 분리된 세균은 기존에 보고된 종과는 다른 신종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정 박사는 "앞으로 CR182 균주가 생산하는 항균물질의 종류와 항균작용의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가 진행돼야 하고, 항균물질에 특허도 신청해야 하기 때문에 균주를 신종으로 학계에 공식 보고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으로 학계에 등록하려면 세균 균주 자체를 연구자들에게 제공해야 하지만 항균물질에 대한 연구가 끝나기 전까지는 신종 등록을 연기하기로 했다.
연구팀은 이 균주가 향균물질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배양 조건(온도 28도 등)을 확인했으며, 앞으로 균주의 유전자 전체를 분석하고, 항균물질의 구조를 밝히는 연구도 수행할 계획이다.

낙동강생물자원관 최강국 팀장은 "향후 향균물질을 대량 생산한다면 의약품이나 건강식품, 사료첨가제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낙동강에서 발생한 시아노박테리아 녹조 [중앙포토]

낙동강에서 발생한 시아노박테리아 녹조 [중앙포토]

한편 10여 년 전 핀란드 호수 밑바닥에서 처음 발견된 파우시박터속(屬)의 세균은 녹조를 일으키는 시아노박테리아의 독소를 분해하는 능력을 가진 것으로 보고됐다.
또 2014년 중국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서도 이 파우시박터속(屬)의 세균이 시아노박테리아 독소를 분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영양분이 적은 곳에서 살아가는 이 세균이 시아노박테리아 독소를 먹이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아노박테리아 녹조가 발생하는 낙동강에서 발견된 만큼 CR182 균주 역시도 시아노박테리아 독소 분해 능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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