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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한국형 NCA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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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경찰청이 중대범죄 전문 수사기구를 도입하는 조직 개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롤모델은 영국 국가범죄수사국(NCA·National Crime Agency)이다. NCA는 미국의 연방수사국(FBI)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중요 범죄 수사 전문 조직이다. 조직범죄, 마약·불법무기 밀매, 인신매매, 사이버 범죄 및 경제범죄 등에 대한 광역수사를 담당해 ‘영국의 FBI’라는 별명도 붙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향후 수사구조 개혁을 염두에 두고 영국과 독일, 일본 등 여러 국가의 안을 검토해 본 결과 영국식 모델이 가장 적합하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마약·인신매매 등 광역수사 담당 #수사·기소 분리, 공수처 설치 대비 #법 개정 없이 행정명령으로 가능

경찰은 한국형 NCA를 설립할 경우 경찰청의 기존 직제를 변경하는 방안을 만들고 있다. 형사소송법 등의 법을 개정하지 않고 대통령령 등 행정명령으로 추진이 가능하게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수사구조 개편 여건이 갖춰지면 신속하게 조직을 바꿀 수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조직 수장은 독립성·중립성 보장을 위해 개방직·임기제로 하고 경찰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임명하는 방안이 1순위로 검토되고 있다.

영국의 중요 범죄 수사기구

영국의 중요 범죄 수사기구

경찰이 NCA 모델에 주목하는 데는 정치권의 분위기가 영향을 줬다. 일부 대선주자들이 공언한 수사·기소 분리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가 실현됐을 때 실무적인 대비가 필요해서다. 경찰은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수사구조 개혁안이 실현됐을 때의 상황이 영국과 가장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기소만 담당하게 될 경우 영국의 기소청(CPS)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비리, 대기업 회계부정 등 사건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영국의 중대범죄수사청(SFO)과 비슷한 기능을 할 가능성이 크다. 수사뿐 아니라 기소까지 맡는다는 부분도 공수처와 SFO의 닮은 점이다. 그 외에 마약 사건 등 대형범죄를 전문적으로 수사하는 곳이 NCA인데 한국은 경찰에 관련 수사 노하우가 쌓여 있어 직제 변경 등을 통해 이 기능을 맡으면 된다는 구상이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은 경찰력 비대화 등의 우려에 대응한 내부 개혁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내·외부 전문가 등의 검토를 거쳐 ▶자치경찰제 도입을 통한 분권화 ▶경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을 위한 경찰위원회의 관리기구화(기존 심의·의결 기구) 등이 검토되고 있다. 또 경찰 내 수사지휘 과정에서의 이의제기 절차 마련 등도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하위직 경찰관들의 숙원인 직장협의회 도입, 외부에서 주장하는 정보국·보안국 폐지 등의 안에 대해서는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은 “경찰 정보 기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는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는 22일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관으로 수사·기소 분리 이후 한국의 수사제도와 경찰의 과제에 대한 토론회가 열린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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