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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님, 이젠 노란 머리가 대세랍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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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속 패션 읽기] 드라마 '김과장' 남궁민의 오렌지빛 헤어스타일

대기업 경리 과장인 김성룡(남궁민)은 밝은 오렌지빛 염색 머리를 새로운 직장인의 헤어 스타일로 제시한다. [자료 드라마 김과장 공식 홈페이지]

대기업 경리 과장인 김성룡(남궁민)은 밝은 오렌지빛 염색 머리를 새로운 직장인의 헤어 스타일로 제시한다. [자료 드라마 김과장 공식 홈페이지]

헤어 스타일을 보면 그 사람의 직업이나 나이를 짐작할 수 있다. 사회통념상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머리 모양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드라마·영화 속 남자 주인공은 극중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더 ‘전형적인’ 헤어 스타일을 한다. 검사·변호사 등 법조인 역할이라면 공식처럼 짧고 단정한 검은 머리를 하고, ‘실장님’ ‘본부장님’이라 불리는 기업 임원을 연기할 땐 가르마를 타고 위로 앞머리를 넘겨 이마를 드러낸다.
헌데 이 틀을 깨는 남자 주인공이 나타났다. 직장인의 생활상을 코미디로 그린 드라마 '김과장'의 주인공 김성룡(남궁민)이다. 극중 그의 직업은 대기업 경리과 과장이다. 헌데 김과장의 헤어 스타일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기업 직원의 ‘단정함’과는 거리가 있다.
‘스포츠형’이라 부를 만큼 짧게 머리를 자르고 오렌지빛으로 밝게 염색을 했다. 심지어는 머리 색에 맞춰 눈썹까지 노랗게 물들였다. 연예인이나 패션 모델 역할이라면 모를까 대기업 경리과장의 머리로 보기엔 아무래도 ‘과하다’는 평이 나온다.

밝은 염색 머리의 김과장. [사진 드라마 영상 캡처]

밝은 염색 머리의 김과장. [사진 드라마 영상 캡처]

김과장의 머리는 요즘 TV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들의 헤어 스타일과도 차이가 난다. 최근 몇 년간 자연스러움을 내세우는 게 뷰티 트렌드가 되면서 남자 배우들 또한 짙은 갈색이나 검은 머리 색을 선호했다. 게다가 짧은 머리 대신 길이감이 있는 미디엄 기장에 앞머리를 내려 이마를 가리거나 약하게 웨이브를 넣어 자연스럽게 뒤로 넘긴다. 지난달 종영한 드라마 ‘도깨비’의 공유를 포함해 ‘푸른 바다의 전설’의 이민호,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더 킹’에서 정우성, 조인성 등이 그 예다.

공유 머리는 이제 그만, 직장인에겐 김과장 머리 더 잘 어울려

하지만 생경함도 잠시, 드라마가 시청률 17%대(닐슨, 2월 19일 기준)로 인기를 얻으며 김과장의 헤어 스타일도 함께 인기를 얻는 중이다. 최근 남궁민의 헤어 스타일을 담당하고 있는 헤어 디자이너 천일 원장의 숍(조이187)에는 하루에만 ‘김과장 헤어 스타일’을 문의하는 전화·카톡이 수 십 통씩 온다.

드라마 김과장 속 서울로 상경하기 전김성룡의 모습. [사진 드라마 영상 캡처]

드라마 김과장 속서울로 상경하기 전김성룡의 모습. [사진 드라마 영상 캡처]

재미있는 건 숍에 문의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30~40대 직장인이라는 점이다. 일반 기업에선 금기시됐던 김과장의 염색 헤어 스타일이 오히려 직장인들에게 더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의미다. 천일 원장은 “원래는 일반 직장인이 잘 시도하지 않는 헤어 스타일이었는데 이젠 ‘직장인 스타일’로 여겨지며 관심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김과장 스타일로 머리 손질을 한 30대 직장인 최재훈씨는 김과장 캐릭터에 호감이 가 머리 스타일을 바꾼 경우다. 처음엔 밝은 염색 머리가 과해 보였는데 직장에서 할 말 다하는 캐릭터에 호감이 생기면 머리도 점점 괜찮아 보였단다. 최씨는 “염색 정도만 조금 조절하면 공유스타일(웨이브를 넣은 머리)보다는 김과장 스타일이 직장 생활에 더 맞는다”며 “짧은 커트 스타일을 하는 동료들이 꽤 생겼다”고 말했다. 회사의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김과장의 모습에서 쾌감을 느낀 직장인들이 그에게 호감을 느끼면서 헤어 스타일을 따라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올해 다시 돌아온 컬러풀한 염색 트렌드도 김과장 헤어 스타일의 인기에 힘을 싣는다. 지난해 여성들이 머리끝으로 갈수록 색이 밝아지는 ‘옴브레 헤어’가 유행하면서 올해 남성 헤어 시장에도 컬러가 다시 나타날 전망이다. 국내 헤어숍에 염색약품을 공급하고 있는 로레알 프로페셔널 파리 권수연 마케팅 매니저는 “최근 4~5년 동안 매년 남성 염색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특히 올해는 다양한 컬러에 도전하는 메이크업 염색이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과장 머리, 어떻게 만들어졌나

브래드 피트 머리에서 영감 받은 ‘동네 노는 형’ 스타일

남궁민은 군산에서 서울로 상경할 때 입었던 김과장 의상을 직접 헤어숍에 들고가 헤어 스타일을 정했다. [사진 드라마 영상 캡처]

남궁민은 군산에서 서울로 상경할 때 입었던 김과장 의상을 직접 헤어숍에 들고가 헤어 스타일을 정했다. [사진 드라마 영상 캡처]

김과장의 헤어 스타일은 그의 원래 직업에서 나왔다. 극 초반 주인공 김성룡은 탈세를 통해 지방 조폭 회사의 자금 관리를 해온 ‘속물’로 그려진다. 대기업에 경력 직원으로 채용됐지만 그가 입사한 이유 역시 회사 돈 10억을 횡령해 도망갈 생각이었다.
천일 원장은 김과장의 헤어 컨셉트를 "철저하게 ‘동네 노는 형’ 스타일로 밝고 경쾌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고 했다. 헤어 스타일은 남궁민이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머리는 똑똑하지만 조폭의 일을 봐주는 건달같은 이미지를 내기 위해 오랫동안 고수했던 검은 머리를 포기하고 과감하게 밝은 색을 선택했다. 원래는 샛노랗게 탈색을 하고 싶었지만 남궁민의 모발이 너무 가늘어 대신 밝은 갈색 염료로 염색할 수 밖에 없었단다. 그런데 모발 본래의 색이 베어나와 오렌지빛이 됐고 오히려 그게 더 마음에 들어 그대로 '김과장'의 머리로 정해졌다.
남자다운 이미지를 강조하도록 머리는 1930년대 영국 런던에서 유행했던 ‘리젠트 컷’을 기본으로 해 전체적으로 짧게 잘랐다. 앞머리는 브래드 피트의 2000년대 헤어 스타일을 참조했다. 오른쪽 옆으로 갈수록 앞머리가 길어지도록 커트해 왁스와 젤을 섞어 발라 위로 세웠다. 옆머리는 샤프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최대한 얼굴에 붙였다. 평소 극중 캐릭터의 헤어?패션 스타일을 꼼꼼하게 챙기는 남궁민은 촬영 전 아예 극중 입을 배꼽 위까지 올라오는 촌스러운 ‘배바지’와 가죽재킷을 미용실에 들고 와 직접 입고 헤어 스타일을 정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 [TV 속 패션 읽기]는 드라마·예능 프로그램 등 TV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화제의 패션, 뷰티 등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로 풀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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