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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블로와 하루가 인도네시아 게임카드를 챙기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공항을 찾아가는 까닭은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 아닐까.”

소설가 김연수는 산문집『여행할 권리』에 이렇게 썼다. ‘공항을 찾아가는 까닭’은 곧 ‘여행을 떠나는 까닭’이다. 여행자들은 어떤 욕망을 갖고 짐을 꾸리고 비행기에 오를까. 타인의 여행 취향을 엿보는 건 어쩌면 공항에 가지 않고도 떠날 수 있는 또 다른 여행일 것이다. 다양한 인물들의 소소한 여행의 취향을 통해 대리 여행을 떠나는 '여행자의 취향' 그 두번째는 에픽하이의 타블로다. 

가수 타블로.

가수 타블로.

쓸모없는 것의 설레임 #

좋아하는 여행지는.

“바다가 있는 모든 곳. 국내든 해외든 여행을 생각하면 무조건 바다가 떠오른다. 제주도의 웬만한 해변은 모두 다녀왔다. 최근엔 안면도 갯벌에 가 하루 종일 조개 주우며 걸어 다녔다. 혜정이(아내) 생일이어서 '뭐 해줄까'라고 물었더니 갑자기 갯벌을 가고 싶다고 해서. 안면도에 가서 하루 종일 걸어 다니고 조개 줍고, 할아버지· 할머니· 바위(?) 구경을 했다. 부산ㅇ도 공연하러 가는 자주 간다. 작년에는 하와이에 공연하러 갔었는데 일주일 내내 해변에서 지내다 왔다. ”

바다가 좋은 이유는.
"글쎄. 그게 참 이상하다. 바다에서 특별히 뭘 하는 건 아니다. 수영이나 서핑 등 바다에서 하는 스포츠를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않는다. 에픽 하이 같은 멤버인 미쓰라가 서핑광이라 나도 따라서 서핑을 해보긴 해봤는데 못해서 빠르게 포기했다. 바다에 가서 특별히 하는 것도 없는데, 그냥 바다 앞에 있으면 마음이 너무 좋다. 모든 게 정리가 된다. 팬들 중에서 아는 분들은 안다. 옛날부터 마음이 불편하거나 힘들면 항상 어디 근처 바다로 갔었다. 생각을 정리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워낙 넓으니까. 바다라는 게 사실 어떻게 보면 우주 같다. 근데 가까이에 있으니 손끝에 닿는 미지의 세계다. 대 놓고 앞에 있으니까 우리 눈 앞에 있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오히려 우주만큼 신비롭게 여기진 않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하늘 보듯 별 보듯, 나는 바다를 그렇게 보는 것 같다. 무엇보다 바다에 있으면 들려오는 소리가 너무 좋다. 그냥 아무것도 없고, 바다만 파도 소리만 있고. 아무래도 전생에 거북이..?

여행갈 때 꼭 챙겨가는 게 있나.
"가족과 갈 때와 혼자 갈 때가 너무 극과극으로 다르다. 가족이랑 갈 때는 이것저것 지나치게 꼼꼼하게 챙기는데, 혼자 갈 때는 완전히 라이트 패커다. 배낭 하나만 들고 아주 가볍게 떠난다. 짐을 부치는 경우가 아예 없다. 심지어 공연으로 해외 나갈 때도. 회사에서 짐 안 가져가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한번은 미국에서 한달동안 투어를 했는데, 또 그냥 배낭 하나 들고 가서 매니저도 놀랐다. 부족하면 속옷과 양말만 현지에서 사고. 어떻게든 버텼다. 무조건 적게 들고 가자는 주의다. 멤버들한테도 매일 잔소리 한다. 절대 짐 많이 가져가지 말자고. 도착하면 짐 찾고 하느라 입국장에서 대기하는게 번거롭고. 어차피 가서 쓰지도 않을 거 뭐하러 가져가는지. 없으면 없는 대로 어떻게든 살아진다고 생각한다.”

혹은 책은 챙기는지.

“자동차·비행기 등 뭘 타고 있으면 잠을 잘 못 잔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 최근에는 밥 딜런 노래 가사를 모은 『더 리릭스(The Lyrics)』를 들고 다닌다. 1500페이지가 넘는 무거운 책이지만 다른 짐 없이 가볍게 움직여서 괜찮다.”

여행가면 주로 뭘 하나.

“주로 걷고 사진 찍는다. 그래서 뉴욕 맨해튼처럼 걸어서 둘러볼 수 있는 워킹 시티(walking city)를 좋아한다. 뉴욕은 굉장히 여러 번 갔지만 언제나 한 번 가면 떠나기 싫은 도시다. 아침 일찍 일어나 갤러리 둘러보고 하루 종일 정처 없이 걷는다. 카메라 하나 든, 완전히 관광객 모드다. 아날로그의 느낌이 좋아 라이카 카메라를 애용한다. 사실 가능하다면 필름으로 찍고 싶은데 어차피 찍고 현상 안 할거 아니까. 아날로그 사진 느낌 좋아한다. 하루(아이)랑 가면 물론 가서 할 일이 있는지 액티비티를 따지지만. 그래서 하루랑 갈때는 숙소를 따지지만 혼자 갈 때는 아무 데나 묵는 편이다. 카메라 항상 들고 가서 쭉 걷는 여행을 좋아한다. 뉴욕처럼 '워킹 시티' 좋아하는 편이다. 걸어서도 다 둘러볼 수 있는 도시 말이다. 뉴욕은 굉장히 많이 갔지만, 언제나 한번 가면 떠나기 싫은 도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나가서 갤러리 여러군데 들르고 여기저기 구경하면서 계속 혼자 걷고 사진찍고 다닌다. 정처 없이 걷는 타입이다. "

꼭 사오는 게 있나.

“실용적인 것보다 쓸데없는 것을 사온다. 지난번에 코첼라 페스티벌에 갔는데 그때만 쓰는 아티스트 팔지와 패스 목걸이 이런 거 모아왔다. 바다에 가면 꼭 조개껍질 주워온다. 미국 어딘가에 갔는데 생전 애드가 알렌 포와 셰익스피어의 액션 피규어(action figure·영화 등에 나온 영웅이나 캐릭터 인형)가 있었다. 문학가의 피규어라니, 그 조합이 너무 재미있어서 사왔다. 얼마 전에는 발리에서 하루(딸)가 좋아하는 게임 ‘아이엠스타’를 같이 하면서 관련 캐릭터 카드를 잔뜩 모아 왔다. 인도네시아어로 되어 있어 사실 읽을 수도 없다. 하지만 나중에 그 카드를 보면 하루와 신나게 게임 했던 발리에서의 기억이 떠오르지 않을까. 언젠가는 쓸오없는 잡동사니로 분류될 것들을 사온다. 밥솥처럼 정해진 용도나 기능이 있는 물건을 사오면 용도만 남고 여행지에 대한 기억은 없어진다. 나중에 그 물건만 보면 여행지를 떠올릴 수 있도록 의외의 재미가 있는 물건을 데려온다.”

가보고 싶은 곳은.

"해외 투어를 많이 다니다보니 안 가본 여행지를 가보고 싶다. 인도에는 꼭 가보고 싶다. 쿠바와 북극도."

유지연 기자 yoo.joy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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