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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 천재가 이겼다, 네이선 첸 하뉴 꺾고 4대륙 선수권 우승

중앙일보

입력

4대륙 선수권에서 2위를 차지한 하뉴 유즈루-금메달리스트 네이선 첸-3위 우노 쇼마(왼쪽부터). 강릉=김효경 기자

4대륙 선수권에서 2위를 차지한 하뉴 유즈루-금메달리스트 네이선 첸-3위 우노 쇼마(왼쪽부터). 강릉=김효경 기자

'피겨 킹' 하뉴 유즈루(22·일본)의 예비 대관식은 열리지 않았다. '점프 천재' 네이선 첸(17·미국)이 하뉴를 꺾고 4대륙 선수권에서 우승했다.

2014 소치 올림픽 챔피언 하뉴 유즈루, 실수 연발하며 2위

첸은 19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6-17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4대륙선수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115.48점, 예술점수(PCS) 88.86점을 더해 204.34점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 103.12점과 합친 총점 307.46점을 기록한 첸은 303.71점을 받은 하뉴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7일 쇼트에 이어 프리에서도 개인 최고점 기록을 세운 첸은 처음으로 300점대를 돌파했다. 첸의 종전 최고 기록은 올시즌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기록한 282.85점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전체적으로 심판들이 후한 점수를 줬다는 걸 고려해도 놀라운 점수였다. ISU 공인 경기에서 300점대를 기록한 선수는 하뉴와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자 하비에르 페르난데스(스페인)까지 합쳐도 3명 뿐이다.

첸은 지난달 전미선수권에서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7번이나 성공시켰다. 피겨 사상 최초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6회(쇼트 2회, 프리 4회)로 줄였다. 체력 부담을 줄이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첸은 쿼드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과 쿼드러플 플립을 깔끔하게 처리했다. 두 점프 모두 수행점수(GOE)를 2.43점씩 추가로 받을 정도로 완벽했다.

쿼드러플 토루프-더블 토루프에서는 첫 점프 착지가 흔들리며 후속 점프를 뛰지 못했지만 이어진 쿼드러플 토루프 이후 재빨리 더블 토루프를 붙여 실수를 만회했다. 4회전 점프 네 개를 모두 마친 첸은 트리플 악셀-싱글 루프-트리플 플립을 트리플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토루프로 처리했다. 동일 점프 횟수를 제한하는 자약룰에 의해 점수 일부를 깎였지만 무난한 운영이었다. 첸은 이후 남은 연기를 실수 없이 처리했다. 관중석에서는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첸은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예비 대결에서 하뉴를 제압하며 기분 좋게 대회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하뉴의 연기가 끝난 뒤 팬들이 던진 푸 인형. 강릉=김효경 기자

하뉴의 연기가 끝난 뒤 팬들이 던진 푸 인형. 강릉=김효경 기자

반면 첸 앞 순서로 연기한 하뉴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다. 첫번째와 두번째 4회전 점프를 잘 처리했지만 쿼드러플 살코-트리플 토루프에서 첫 점프를 더블로 처리했고, 후속 점프는 싱글 루프로 막았다. 이후에는 큰 실수가 없었지만 초반 실수가 뼈아팠다. 올 시즌 개인 최고 점수인 206.67점을 받았지만 쇼트에서 뒤진 점수를 만회하진 못했다. 관중석 절반 가까이를 채운 일본인 팬들은 하뉴가 좋아하는 캐릭터 '곰돌이 푸' 인형을 던지며 환호했지만 금메달은 첸의 차지였다.

하뉴는 "쇼트프로그램과 같은 실수를 했다. 분하지만 다음엔 실수를 만회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이 열리는 곳에서 같은 일정으로 경기를 하기 때문에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올림픽에서)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첸은 "마지막스케이터는 스트레스가 많지만 흥분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4회전 점프에 대해 "진보양(중국)을 시작으로 4회전 점프 경쟁에 불이 붙었다. 예전엔 '이게 뭐야'라고 생각했지만 더욱 경쟁이 흥미로워졌다"고 말했다.

일본의 우노 쇼마(20)는 총점 288.05점으로 동메달을 가져갔다. 한국 선수들은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이시형(17·판곡고)이 195.72점으로 16위에 올랐고, 김진서(21·한체대)는 195.05점으로 17위, 이준형(21·단국대)은 187.58점으로 18위에 머물렀다.

강릉=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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