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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금지된 노래, 어떻게 살아남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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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동백아가씨는
어디로 갔을까

이영미 지음
인물과사상사
400쪽, 1만8000원

1960년대 중반 최고의 히트곡 ‘동백아가씨’는 “왜색이 짙다”는 이유로 방송 금지곡이 된다. 그런데 웬일인지 금지곡 지정 이후에도 버젓이 TV에 등장하고 가수 이미자는 대사관 의전까지 받으며 일본에 진출한다. 왜일까. 저자는 한·일 수교와 함께 대중문화를 교류하려 했던 정부가 여론을 등에 업은 문화계 엘리트들의 ‘방송금지곡 지정’까진 막지 못했지만 ‘사실상’ 이를 용인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대중문화를 좇아가며 ‘박정희 시대’를 조망한다. 저자에게 대중예술은 시대를 뜯어볼 수 있는 훌륭한 도구다. 지식인을 대상으로 근본적 문제를 다루는 ‘본격예술’과 달리 대중예술은 대중의 정서를 거스르면 주목받지 못한다.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의 속마음을 대중예술만큼이나 보여주는 ‘리트머스지’는 없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보자. 1950년대 전후 사교춤이 유행하고, 젊은이들은 1950년대 영화 ‘자유부인’의 여주인공이 말하듯 “이건 제 자유예요”를 달고 살지만 기성세대는 아무 말도 못했다. ‘자유’라는 가치가 그만큼 대중에게 부정할 수 없는 가치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영화와 가요, 드라마 등 대중예술의 흐름에는 밑바닥 대중들의 진심이 비친다고 저자는 말한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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