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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개선 중요하지만…" 서로 할말만 하고 헤어진 한일 외교수장

중앙일보

입력

사진 외교부

사진 외교부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이후 한·일관계가 악화일로인 가운데 양국 외교수장이 17일(현지시간) 만나 관계 개선을 위한 첫발을 뗐지만, 명확한 입장 차로 실질적 소득을 거두지는 못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독일 본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만나 소녀상 문제를 논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 장관이 최근 한일관계가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 양국 정부가 신뢰를 바탕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관계를 발전시켜나가자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며 “진솔한 의견교환이 있었고, 앞으로도 각급 채널에서 외교당국 간에 긴밀한 소통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양 측이 부산 소녀상 문제로 인한 양국 갈등을 풀자는 데는 의견이 같았지만, 방법론과 상황 인식에 있어선 차이가 명확했다고 한다. 외교적 만남에서 ‘진솔한’ 또는 ‘솔직한’이란 표현을 쓰는 경우 보통 양 측이 서로 할 말을 했다는 취지로 이해되곤 한다.

실제 기시다 외무상이 소녀상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의 적극적인 노력을 요청하자 윤 장관은 “원만한 해결을 위해선 일본 정부가 12·28 위안부 합의 정신의 취지를 존중하고 이에 배치되는 언행을 자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일본이 소녀상에 대한 4개 보복조치를 발표한 지난달 1월6일 직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은 10억엔을 냈으니 한국도 성의를 보여라”라고 말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한다.

윤 장관은 또 “양국 간 민감한 사안에 대한 일본 측의 신중한 대응을 촉구한다”고도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최근 일본 정부가 초중교 학습지도요령을 개정하며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부당한 주장을 한 데 대한 항의도 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소녀상 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9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 대사를 불러들인 것과 관련, 복귀 시점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국자는 “우리는 한일관계가 어려울 수록 외교당국 간의 소통이 중요하고, 일본 측이 (보복)조치를 조기정상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대한 일본 측의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며 “일본 측의 결정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양 측은 최근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과 관련, 한·일 간 협력 필요성을 재확인했다고 한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을 명분으로 양국 관계가 풀릴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부 당국자는 “한일 간 협력이 여러 측면이 있는데, 지역안보 특히 북한 대응 측면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양측 모두 북핵 문제에서 협력은 계속하겠단 입장이라 (관계 개선에 있어)그런 측면이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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