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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3명은 "결혼 생각 없어도 동거 괜찮아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마포구에 사는 조모씨(33)는 네 살 연상의 여자친구와 5년째 함께 살고 있다.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아직 없다. 고등학교 동창인 31세 동갑내기 커플은 아예 부모님에게 정식으로 허락을 받고 경기도 일산에 집을 얻어 동거 중이다. 구체적인 결혼 계획은 아직 없다. 관악구의 정모씨(31ㆍ여)도 남자친구와 2년 넘게 살았지만 지금은 지난해 만난 다른 남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3명은 ‘결혼하지 않고 함께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사회발전연구소,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가 지난해 6∼11월 전국 만18세 이상 1052명(남성 476명, 여성 576명)을 상대로 공동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이 조사는 ‘동아시아 국제사회조사 참여 및 가족태도 국제비교 연구’ 보고서에 실렸다.

17일 조사에 따르면, ‘결혼할 의사 없이 함께 사는 것도 괜찮다’는 항목에 찬성한 비율은 30.4%였다. 10년 전인 2006년 실시한 조사(찬성 21.7%)에 비해 8.7%포인트나 올랐다. 반대 의견은 54.5%로, 10년 전(반대 65.1%) 보다 10.6%포인트 감소했다.

동거에 대해선 남성(31.5%)이 여성(29.4%) 보다 약간 긍정적으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30대의 찬성 비율이 48.8%로 가장 높았다. 20대(18~29세)와 40대도 각각 38.7%, 34.7%가 찬성했지만, 이 비율은 나이가 들수록 급격히 떨어졌다. 50대는 25.9%, 60세 이상은 16.1%만 동거를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10년 전에는 20대의 찬성 비율(35.3%)이 가장 높았다.

부부갈등의 해결책으로 이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결혼생활이 원만하지 않으면 이혼이 최선책’이란 문항에 찬성한 응답은 46.2%를 기록했다. 2006년 조사(37.5%) 보다 8.7%포인트 오른 것이다. 이혼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34.7%로 같은 기간 12.9%포인트 떨어졌다.

이혼에 찬성한 비율은 남성(45.8%)과 여성(46.6%)이 비슷했고, 연령별로도 20~50대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50대(53.6%)의 찬성 비율이 가장 높았고 30대(53.4%)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20대는 45.9%, 40대는 49.4%가 찬성했고, 60세 이상은 37.2%로 가장 낮은 찬성률을 보였다. 다만 ‘이혼을 하고 싶더라도 자녀가 장성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대한 태도는 2006년(55.8%)과 2016년(54.8%) 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책임자인 이상림 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동거 찬성률이 가장 높은 연령대가 10년 전 20대에서 30대로 바뀐 것은 결혼을 고려하는 나이에서 동거생활의 경험을 반영한 것 같다”며 “이혼을 자녀 성장 이후로 생각하는 점에 큰 차이가 없는 것은 부모와 자녀관계가 우선인 가족의 안정성을 여전히 중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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