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남의 부검을 반대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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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 부검실. 쿠알라룸푸르=신경진 특파원

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 부검실. 쿠알라룸푸르=신경진 특파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살해 당한 김정남의 시신에 대해 북한 당국이 “부검을 하지 말아달라”는 요구를 말레이시아 측에 전달했었다고 현지 언론 뉴스트레이츠타임스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지만 이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참관한 가운데 김정남에 대한 부검이 진행됐다.

현지에선 북한이 김정남 암살 과정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부검을 반대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부검을 실시하면 암살에 사용된 독극물 성분이나 용의자들의 체성분이 확인될 수 있다.

또 김정남의 얼굴 주변 상처 위치를 파악해 사살 당시 정황을 재구성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의 소행이라는 점이 물증으로 드러날 것을 우려해 북한이 부검을 반대했다는 게 현지에서 나오는 유력한 분석이다.

현재 김정남 독살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물질은 ‘브롬화네오스티그민’이라는 신경 흥분제다. 북한에서 12년간 약사로 일하다 탈북한 이혜경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짐승을 사냥할 때 화살촉에 묻혀 사용하는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부검에서 이 물질이 확인된다면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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