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부검샘플 화학분석 착수

중앙일보

입력

말레이시아 CCTV에 포착된 김정남 살해 용의자 여성[사진 일본 뉴스 네트워크 캡처]

말레이시아 CCTV에 포착된 김정남 살해 용의자 여성[사진 일본 뉴스 네트워크 캡처]

 
김정남(46)의 피살 사건을 조사 중인 말레이시아 당국이 사인 확인을 위한 부검 결과물의 화학분석에 착수했다.

현지 베르나마 통신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과학기술혁신부(MOSTI) 산하 화학국은 경찰로부터 김정남 부검 결과 얻은 샘플들을 16일 저녁(현지시간) 넘겨받았다고 밝혔다.

코넬리아 차리토 시리코르드 화학국 법의학부장은 “분석을 위해 여러 개의 샘플을 경찰로부터 받았다”며 “중요사건 처리 절차에 따라 가능한 한 빨리 분석해 그 결과를 경찰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리코르드 부장은 어떤 샘플을 얼마나 받았는지, 넘겨받은 샘플이 액체나 독극물인지에 대한 언급은 거절했다.

말레이 당국은 지난 15일 김정남 시신에 대한 부검을 실시했으며 결과는 이슬람 휴일인 금요일 이후 주말쯤 나올 전망이다.

김정남의 사인과 관련된 말레이 당국의 공식 발표는 전혀 나오지 않고 있지만 현지 언론들은 여성들의 범행 방식, 김정남이 호소한 증세, 사망까지의 시간 등의 정황 등을 토대로 ‘독살’에 무게를 두고 여러 갈래의 추측을 내놓고 있다.

일단 피살에 사용된 약물이 무엇인지가 주요 단서 중 하나다. 독극물 종류에 대해서도 추측이 무성하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독극물은 브롬화네오스티그민이라는 맹독성 부교감신경흥분제다. 북한은 과거 주요 인사들을 암살하면서 브롬화네오스티그민을 묻힌 독침을 쏘는 수법을 사용했다.

1996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의 달러 위조를 추적하던 최덕근 영사, 2011년 8월 중국 단둥(丹東)에서 대북 선교활동을 하던 김창환 선교사 모두 브롬화네오스티그민을 묻힌 독침 공격을 받은 뒤 사망했다. 실제로 이 맹독성 물질은 북한에서 많이 쓰인다고 한다.

다른 가능성도 있다. 일본 NHK방송은 16일 “김정남의 시신 상태로 볼 때 신경성 독가스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맹독성을 띠는 ‘VX가스’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개발된 VX가스에 다량 노출되면 10~15분 사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94년 일본에서 오움진리교 신자가 오사카에서 VX가스를 사용해 회사원 남성을 살해한 적이 있다. 그러나 공중에 분사될 수 있는 VX가스는 공항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사용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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