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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스프레이설, 주변 피해 무릅쓰고 뿌렸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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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정남 피살

김정남 독살 사건 용의자 중 한 명인 베트남 여성(사진)은 왜 경비가 삼엄한 공항으로 돌아왔을까. 현지 경찰이 용의 여성 등 3명을 체포해 조사 중인 가운데 범행 수법과 도주 행태 등을 놓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피살을 둘러싼 의문점들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은 지난 15일 오전 8시20분(현지시간) 쿠알라룸푸르 공항 제2터미널에서 베트남 여권을 소지한 도안티흐엉(29)을 긴급 체포했다. 이 여성 용의자가 김정남 피살사건 발생 48시간 만에 범행 현장으로 되돌아오는 바람에 붙잡힌 것이다. 얼굴과 복장을 확인할 수 있는 폐쇄회로TV(CCTV) 영상이 이미 공개됐고, 경찰의 검문검색이 강화된 걸 감안하면 그는 사지(死地)에 제 발로 찾아온 격이다. 현지 언론은 “이 여성이 베트남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을 찾았다”고 전했지만 한국 정보 당국 관계자는 “전문적인 조련을 받은 암살자라면 공항 검문검색이 강화된 상황에서 무사히 항공기를 탈 수 있으리라 기대했을까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언론 ‘더스타’는 그의 가방에서 독약이 든 병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향후 그가 진범이 맞는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용의자들의 검거나 조사 과정에서 저항이 없었던 점에 대해서도 “KAL기 폭파사건이나 아웅산 폭탄테러 사건 등 과거 북한이 저질렀던 사건의 범인들이 자살을 시도했거나 극렬하게 저항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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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이용해 김정남을 독살했는지를 놓고는 독스프레이와 독극물을 묻힌 천 등으로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말레이시아 셀랑고르주 경찰청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정남의 머리가 액체를 바른 것으로 보이는 천에 덮인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현지 매체인 ‘말레이메일’은 “용의 여성들이 김정남에게 액체를 뿌렸다”고 전했다.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인 김형중 박사는 “독극물을 스프레이로 뿌렸든, 독극물을 묻힌 손수건으로 얼굴을 덮었든 이론적으로는 수초 안에 맹독성 물질을 전달할 수 있다”고 했다. 만약 독스프레이를 사용했다면 주변에 있었던 다른 사람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과연 스프레이를 뿌렸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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