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갈 데까지 간 북한 … 김정남까지 독침 살해하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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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13일 오전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됐다. 정보 당국자는 “ 말레이시아에서 북한 여간첩에게 독살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제 오전 그는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2명의 여성에게 독침을 맞았고, 이들 여성 용의자는 범행 직후 택시를 타고 도주했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아무리 테러 국가라 해도 이복형까지 독침으로 살해한 것은 공포정치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할 수 없게 만든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용의자를 북한 여성요원으로 보고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반드시 테러범을 체포해 살해 동기와 배후를 밝혀야 할 것이다.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은 2009년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뒤 끊임없이 신변 위협을 받았다. 2010년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의 암살 공작으로부터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것으로 알려졌다. 오죽하면 2011년 김정일이 사망했을 때도 목숨을 잃을까 두려워 아버지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을까. 2013년 말 장성택이 처형된 후에는 ‘김정남 망명설’까지 돌았다.

김정남에 대한 독침 테러는 김정은식 공포정치의 막장 드라마나 다름없다.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인척인 장성택은 물론 김용진 내각 부총리 등 당·군·정 간부 100명을 처형했다고 국가정보원이 지난해 발표했다. 일종의 ‘단두대 통치’다. 김정은이 간부들을 잔인하게 처형한 이유는 그를 무시했다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충성심, 거만한 태도 등이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뿐이다.

독침 테러와 미사일 발사 실험에 이은 김정은의 다음 표적은 대한민국일 수 있다. 우리 당국으로서는 독침 테러의 진상 파악이 우선이며, 혹 대한민국의 안보에 미칠 영향은 없는지 예의주시해야 한다. 또한 북한의 반인륜적 만행에 대해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인 만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통해 총괄 지휘해야 하며 국정원과 국방부, 외교부가 치밀하게 사실을 확인하고 철통 같은 대비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