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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에 맞는 뉴스만 편식 … “틀딱” “좌좀” 자극적 표현 난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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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진실, 광장의 진영에 갇히다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아래 사진) 참가자들이 11일 각각 탄핵을 촉구하는 피켓과 태극기를 들고 있다. 두 집회는 서울 도심에서 500m가량의 거리를 두고 진행됐다. 두 집회 참가자들의 견해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촛불집회에서는 탄핵 인용과 특검팀 수사기간 연장이, 태극기집회에서는 탄핵 무효와 특검팀 해체 주장이 나왔다. 이날 현장 상황을 촬영하던 경찰관이 태극기집회 행진 참여자로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사진 강정현 기자]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아래 사진) 참가자들이 11일 각각 탄핵을 촉구하는 피켓과 태극기를 들고 있다. 두 집회는 서울 도심에서 500m가량의 거리를 두고 진행됐다. 두 집회 참가자들의 견해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촛불집회에서는 탄핵 인용과 특검팀 수사기간 연장이, 태극기집회에서는 탄핵 무효와 특검팀 해체 주장이 나왔다. 이날 현장 상황을 촬영하던 경찰관이 태극기집회 행진 참여자로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사진 강정현 기자]

최근 토요일마다 서울 도심에서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두 개의 대규모 집회가 열려왔다. “박근혜 대통령을 즉각 탄핵하라”는 주장과 “박 대통령은 무고한 희생자”란 외침이 부닥친다. 맞서는 주장만큼이나 양측이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도 다르다.

탄핵 반대자, 박사모·일베 주로 접속
촛불 참가자, 같은 성향 커뮤니티 이용
SNS, 열린 공간 같지만 폐쇄성 짙어

뉴스 볼 때 미·영 등 자기 생각 중시
한국은 지인이 추천한 뉴스 많이 봐

“JTBC가 보도한 태블릿PC가 조작이란 게 밝혀졌는데 언론이 보도도 안 하잖아.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나 유튜브 말고는 볼 게 없어.” 지난 11일 박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린 서울 대한문 앞에서 만난 이민호(63)씨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친구들이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에 뉴스 링크를 계속 올려주는데 일베나 정규재TV가 가장 정확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광화문광장 촛불집회에서 만난 김모(32)씨는 주로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뉴스를 접했다.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네티즌수사대 자로’와 관련된 글이나 좌파 성향인 ‘김어준의 파파이스’ 동영상 링크가 걸려 있는 글이 많았다. 그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부터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인터넷을 보면 의혹이 많은데 기존 언론에는 잘 안 나온다”고 말했다.

견해 다르다는 이유로 페북 친구 끊어

‘촛불집회’(위 사진)와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이 11일 각각 탄핵을 촉구하는 피켓과 태극기를 들고 있다. 두 집회는 서울 도심에서 500m가량의 거리를 두고 진행됐다. 두 집회 참가자들의 견해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촛불집회에서는 탄핵 인용과 특검팀 수사기간 연장이, 태극기집회에서는 탄핵 무효와 특검팀 해체 주장이 나왔다. 이날 현장 상황을 촬영하던 경찰관이 태극기집회 행진 참여자로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사진 강정현 기자]

‘촛불집회’(위 사진)와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이 11일 각각 탄핵을 촉구하는 피켓과 태극기를 들고 있다. 두 집회는 서울 도심에서 500m가량의 거리를 두고 진행됐다. 두 집회 참가자들의 견해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촛불집회에서는 탄핵 인용과 특검팀 수사기간 연장이, 태극기집회에서는 탄핵 무효와 특검팀 해체 주장이 나왔다. 이날 현장 상황을 촬영하던 경찰관이 태극기집회 행진 참여자로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사진 강정현 기자]

두 사람의 인식은 극과 극이었다. 안도경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자신이 믿는 내용을 진실이라고 확인받으려는 ‘확증편향’ 형태로 뉴스를 소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SNS 등을 통한 뉴스 소비가 늘어나면서 심화한 현상으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뉴스 편식의 결과다”고 말했다. 노인을 헐뜯는 ‘틀딱(틀니 딱딱)’이나 좌파적 성향의 집회 참가자를 비하하는 ‘좌좀(좌파 좀비)’ 같은 극단적인 표현이 온라인에서 횡행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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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한 20명에게 주로 어디서 뉴스나 정보를 접하는지 묻자 ‘박사모 카페’나 ‘일베’ 등 보수 성향의 커뮤니티나 팟캐스트를 꼽는 이가 많았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페이스북을 자주 언급했다.

모바일 미디어 세상은 ‘열린 공간’ 같지만 실제는 폐쇄성이 짙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선희 조선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SNS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언팔로’ 등으로 배제하면 그만이다. 결국 비슷한 취향이나 성향의 사람들만 남는다”고 말했다. 이런 점은 이스라엘 텔아비브대가 1103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2014년 가자지구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했을 때 16%는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페이스북 친구 관계를 끊었고 19%는 끊기 직전까지 갔다. 특히 한국은 같은 견해를 가진 지인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2012년 SK컴퍼니의 설문조사에서 64%가 “SNS에서 나와 비슷한 생각이나 의견을 주로 듣는다”고 답했다. 언론진흥재단의 ‘2016 인터넷 언론백서’에 따르면 국내 뉴스 소비자 중 “친구들이 소비한 뉴스를 본다”는 응답자가 29%로 영국(13%)이나 미국(17%)보다 많았다.

“정통 미디어가 뉴스 중심 잡아야”

뉴스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커지면서 ‘정제된 보도’를 추구해온 정통 미디어들도 단순 속보와 화제성 기사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중심을 잡아야 할 정통 미디어들조차 선정적이고 현상 위주의 보도를 해 시민들의 뉴스 편식을 부추기고 있다. 다시 저널리즘 본연의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시민들도 의심스러운 뉴스를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해 얻게 되는 편견. 영국 심리학자 피터 웨이슨(Peter Wason)이 1960년에 처음으로 이 용어를 사용했다.

◆특별취재팀=한영익·홍상지·윤정민·김민관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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