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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고급빌라 요즘엔 평당 1000만원에도 안 팔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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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서울 강남권의 고급주택이라고 해도 모두 '대접'받는 것은 아니다. 40평형 이상 아파트는 매물 부족 현상 속에 가격이 치솟고 있으나 대형 고급빌라 시장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분양가를 밑돌아도 팔리지 않아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도 잇따른다. 고급빌라를 사기 위해 강남 아파트 두 채를 팔아야 했던 10년 전과는 딴판이다.

다음달 입주를 앞두고 있는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43평형 분양권은 최근 1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평당 3840만원 꼴로 같은 단지 내 33평형 평당가(3180만원)보다 20% 이상 비싸다. 도곡동 S공인 관계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방침으로 다주택 보유가 어렵게 되면서 강남권 대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높아졌다"고 말했다.

압구정동 한양4차 아파트 69평의 경우 8.31 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해 7월 17억원이던 호가가 최근 25억원으로 급등했다. 압구정동 H공인 관계자는 "매물도 적지만 흥정에 들어가면 안 팔겠다고 태도를 바꾸는 집주인이 많아 호가가 오른다"고 말했다.

반면 서초구 반포.방배.양재동 일대의 고급빌라촌은 정반대 현상을 보인다. 1990년대 초.중반만 해도 아파트 대체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으나 요즘에는 찾는 발걸음이 줄었다.

양재동 K부동산 관계자는 "양재동 S빌라의 경우 1990년대 중반 분양 직후 평당 1300만원을 호가했으나 지금은 분양가인 평당 1000만원에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급빌라 값이 아파트보다 약세인 것은 개발 가치가 낮고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방배동 D공인 관계자는 "품질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외면받는 것은 향후 개발의 여지가 적어 반드시 필요한 수요자만 찾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때 거래가 안 돼 경매시장으로 내몰리는 고급빌라도 잇따른다. 법무법인 TLBS 박미옥 팀장은 "현재 서울 중앙지방법원에 경매 매물로 나온 120평형 이상 강남 고급빌라가 30건이나 된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고급빌라의 가격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00년 5월 6억여원에 분양됐던 반포동 서래마을 상지리츠빌 80평은 최근 9억4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반포4동 채널부동산 김현숙 대표는 "편의성은 아파트보다 떨어지지만 주거 기능이 뛰어난 고급빌라가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종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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