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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한국 도래인」 사실로 인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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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일본 역사학계는 국수주의의 냄새가 아직도 짙게 배어있다. 특히 한반도에서 건너가 일본 고대의 지배층을 형성했다고 알려지는 이른바 「도래인」에 관한 철저한 부정의 태도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각종 문헌자료, 고고학 발굴유물등에서 이들 도래인의 자취가 역력한데도 이를 애써 부정해온데는 그들의 순계혈통을 역사속에 「만세일계」로 기록하려는 후대 역사가들의 고집에 까닭이 있다.
그래서인지 한반도로부터 건너온 도래인의 역할을 강조하면 일본 사학계에서 활동무대를 잃게 된다고 걱정할 만큼 도래인은 무시되거나 냉소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일본 사학자나 작가들은 수년전까지만해도 도래인들을 「귀화인」으로 못박아 불렀다. 고대 일본이 한국을 지배했다는 일선동조논을 앞세운 것도 이와 뿌리를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3년동안 일본 사학계도 한일간 역사적 사실을 사실로 해석하고 기록하려는 주목할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아사히 (조일) 신문은 작년에 일본매스컴에서는 처음으로 문화활동기관인 조일컬처센터에서 「조선사」 강좌를 설치하기까지 했다.
그때 「하타다」 (기전외· 한국사) 동경대 명예교수는 일선동조논이나 임나일본부의 조선경영은 그래선지 최근 일본에서 고대사붐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고대사를 다룬 책 가운데 상당수는 한반도에서 건너온 사람들을 귀화인대신 도래인으로 바꿔 적었다. 역사의 마을인나라 (나량)의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일본에 있는 『도래인의 절』에 관한 책자까지 퍼냈다.
일부 고등학교의 일본사 선생들은 역사교과서에 기록되지 않은 한일고대사를 바로 가르치기 위해 독자적으로 부교재를 만들어 「백제· 신라문화가 일본에 미친 영향」에 대해 설명하고있음을 목적할 수 있다.
이같은 변화는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 일본의 왜곡된 옛날 대한사관이 여전히 혼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읽는 만화 일본사도 일선동조논이나 이른바 임나일본부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하니하라」 교수의 『한반도로부터 1백50만명 도래설』도 이같은 일본역사학계의 자기반성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다.
「하니하라」 교수는 기원전3세기부터 기원7세기까지 1천년동안 일본에 건너온 한반도 도래인은 1백50만명이라고 추정했으나 당시 세계의 인구증가율을 토대로 계산하면 도래인은 3백2만명이 된다는 분석치를 제시했다.
그는 도래인의 수를 밝혀내기 위해 고대 일본의 인구증가율과 두개골의 형태변화에 관한 각종 자료를 컴퓨터로 분석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8년전에 국립민족학 박물관의 「고야마」 (소산수삼)박사는 야요이 (미생)시대에 접어들기 직전인 죠몬(승문) 말기 (기원전 3세기)의 일본 추정인구가 7만6천명이며 1천년후인 고분시대(기원7년)에는 5백40만명이었다고 발표했다.
「하니하라」 교수는 이 통계치를 검사한 결과 고대 일본에서는 「인구폭발」이 일어났음을 알았다. 인구증가율이 연평균 무려 0·4%를 넘어선 것이다. 당시 세계 각 지역의 인구증가율은 유럽이 0·01%, 아시아가 0·048%였다.
그같은 고대 일본의 인구폭발은 바로 한반도로부터 도래인이 대량으로 유입된 탓이며 이의 어림수를 밝혀내는 것이 「하니하라」 교수의 연구목적이었다.
그는 인구증가율과 원주민(죠몬인의 후손)및 도래인의 수에 관한 여러가지 모델을 설정했다. 고대일본의 인구증가율을 세계각지의 2배인 0·2%로 가정할때 도래인의 수는 1백51만명으로 계산됐다. 일본인 1명에 한반도 도래인이 9·6명으로 나타나 이들이 몰려살던 서일본은 도래인에 의해 점령된 것이나 다름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고대 일본의 인구증가율을 다른 지역과 똑같은 0·1%로 적용할 경우 도래인은 무려 3백2만명에 이르며 일본인 1명에 도래인은 26명꼴로 섞여 산 셈이 된다고 그는 해석했다.
「하니하라」 교수는 또 일본인의 두개골 모양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조사했다.
7개 집단에 나뉘어 묻혀있는 고대인들의 두개골에 관한 계산치를 컴퓨터로 분석한 결과 오사카(대판) 교토(경도) 등 역사적· 문화적 중심지에 있던 사람들은 도래계였으며 이 지역에서 벗어난 남구주와 관동사람들은 죠몬계였다.
그는 대판· 경도지역에서 발견된 한반도 도래인계의 두개골이 되기위해서는 죠몬인 1명에 대해 도래인 9명이 혼혈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철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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