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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곡에 예쁜 말 담은 학생들 “욕설하는 친구 들으면 뜨끔할 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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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울산 신복초교 5학년 정지원군과 이수연·김서림·천송이양이 지난 8일 울산 문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2회 언어·사이버폭력 예방을 위한 창작곡 대회’에서 자작곡을 열창하고 있다. [사진 울산시교육청]

울산 신복초교 5학년 정지원군과 이수연·김서림·천송이양이 지난 8일 울산 문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2회 언어·사이버폭력 예방을 위한 창작곡 대회’에서 자작곡을 열창하고 있다. [사진 울산시교육청]

‘따라라 라라라 둥둥둥….’ 무대에서 경쾌한 건반과 드럼 반주에 맞춰 노래가 시작됐다. ‘우리 함께 예쁜 말만 사용해요, 그러면 모두가 행복하죠.’ 울산기술공업고교 밴드부 8명의 노래다. 밴드부원들은 서로 눈짓을 하며 호흡을 맞춰 나갔다. 최아영(2학년)양과 정민석(2학년)군이 노래를 이어나가자 400여 명의 관객이 박자에 맞춰 손뼉을 쳤다.

언어·사이버폭력 예방 창작곡대회
경연 통해 학생 스스로 해법 찾기
참가자 다수 직접 작사·작곡 맡아
“폭력의 심각성 다시 생각하게 됐다”

지난 8일 오후 2시 울산 중구 문화의 전당 함월홀에서 열린 ‘제2회 언어·사이버폭력 예방을 위한 창작곡 대회’ 모습이다.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창작곡 대회로는 전국에서 유일한 대회다.

하인숙 울산시교육청 장학사는 “최근 학교 폭력의 새로운 유형인 언어·사이버폭력이 증가하고 있다”며 “학생이 직접 대회에 참가하면서 스스로 문제와 해법을 깨달을 수 있게 기획한 대회”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는 울산 지역 학생 11팀 42명이 참가했다. 이 가운데 3팀은 학생들이 작곡·작사하고 노래까지 했다. 다른 팀은 학생이 노래만 하거나 작사 또는 작곡을 한 경우다. 11팀의 팀원 가운데는 학생 외에 일반인·교사가 포함돼 있기도 했다.

무거중 1학년 허윤정(작곡·노래)·손주은(작사·노래)양은 ‘그만’이라는 노래로 출전했다. 이른바 ‘왕따’ 당하는 친구가 가족 덕분에 힘을 낸다는 내용이다. 한 학기 동안 시험 없이 진로교육을 하는 자유학기제의 싱어송라이터(노래를 직접 만들어 부르는 가수)반에서 작사·작곡법을 배운 뒤 대회에 참가했다. 손양은 “‘자기 전까지 들려오는 알람, 이젠 폰을 꺼도 들리는 것 같아’, ‘이젠 그만 삶을 끝내고 싶어’ 같은 가사를 쓸 때는 슬퍼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허양은 “노래 연습을 하면서 왕따 당하는 친구들에게 먼저 손 내밀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남목고 2학년 임효경 양은 입시 스트레스로 힘들 때 ‘다 괜찮다’며 위로해준 친구를 떠올리며 작사·작곡한 ‘좋은 말’이라는 노래를 선보였다. 노래를 부른 박상아양은 “친구들이 우리 노래를 듣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회에는 초등생도 참가했다. 신복초 5학년 정지원(작곡·노래)군과 이수연·김서림·천송이(작사·노래)양이다. 출전곡은 온라인 대화 중 나쁜 말을 쓰는 아이 때문에 놀란 어머니 마음을 표현한 ‘너 뭐하고 있니?’였다. 정군은 “초등학교 1학년 동생들이 막 욕설을 한다”며 “나쁜 말 쓰는 친구들이 우리 노래를 들으면 뜨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대회 덕분에 언어·사이버폭력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한 학생은 “중학생 때 친구들에게 자주 폭력적인 말을 했는데 노래를 배우면서 당하는 사람 마음을 헤아려보게 됐다”고 말했다.

참가곡은 누구나 들을 수 있다. 울산시교육청이 지난해 1회 대회에 이어 이번에도 노래를 녹음파일로 만들어 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릴 예정이어서다. 하 장학사는 “창작곡은 학교 음악수업, 학예회 등에서 활용도가 높다”며 “시립합창단과 연계해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리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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