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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쏭부부의 잼있는 여행] ② 캄보디아 캄포트 "오토바이 허니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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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쏭부부' 두 번째 만남입니다. 지난주 우리 부부의 여행에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셨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사실 우리의 소소한 여행이 이렇게 신문사 홈페이지에 떡 하니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했거든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자, 그럼 오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우리 부부는 2016년 12월에 결혼식을 올리고 곧바로 한 달여 간 신혼여행을 떠났습니다. 남들은 인생에 한 번 뿐인 신혼여행을 위해 세이셸, 몰디브, 하와이, 뉴칼레도니아 같은 곳으로 가는데 우리는 그런 여행지는 생각도 못 했어요. 돈이 없었거든요.(ㅠㅠ) 또 그런 곳은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을 좇는 여행지'와 달랐으니까요. 그래서 돈이 많이 들지 않아도 신나게 놀 수 있는 곳, 한 달 이상 버틸 수 있는 곳을 선택했죠.

가난한 여행자의 '가성비 갑'은 역시 동남아입니다. 여행 방법은 말할 것도 없이 배낭여행이죠. 샬랄라한 원피스 대신 며칠을 입어도 문제없는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 지붕이 뻥 뚫린 오픈카 대신 1리터만 넣어도 수십km를 달릴 수 있는 오토바이가 우리가 선택한 여행 방법이었습니다.

캄보디아·라오스의 여러 도시와 시골마을을 구석구석 돌아다녔지만 오늘은 그 중 캄보디아 남부 캄포트를 소개할까 합니다. 캄보디아의 유명 여행지라면 프놈펜이나 앙코르와트부터 꼽겠지만 우리가 가장 매력을 느낀 곳은 이곳, 캄포트입니다. 프놈펜에서 차로 서너 시간 떨어져 있는 캄포트는 나름 유명한 도시에요. 식민지 시절이었던 1921년 프랑스인들의 여름 휴양지로 개발됐습니다. 1940년대 말에는 '자유 크메르'군이 봉기한 곳이며, 1970년대에는 유명한 '크메르 루주' 반군의 거점이었다고 합니다. 식민지배와 공산반군, 왠지 우리 역사와 닮은 곳입니다.

슬픈 얘기는 그만 할게요. 캄포트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을 하고 있습니다. 산을 등지고 도시 앞으로는 아름다운 강이 흐르고 있죠. 이 강은 한강처럼 바다로 이어져요. 그래서 해산물이 많이 난답니다. 우리가 캄포트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바로 보꼬(Bokor Mountain)국립공원이었어요. 산에서 만난 커플이고, 또 산을 오르는 부부니까요. 그럼 산을 좋아하는 사람만 올라갈 수 있느냐고요? 프놈보꼬 정상까지는 차로 갈 수도 있어요. 물론 우리는 차 대신 오토바이를 몰았지요.

헉! 도심에서 볼 때는 엎어지면 코 닿을 데처럼 보였는데, 정상까지 거리가 30km나 됩니다. 길이 구불구불해서입니다. 하지만 이게 또 나름 재미가 있어요. 보꼬 산 정상은 해발 1000m가 넘는데, 그 길에 시원한 바람이 살살 불어옵니다. 우리는 오토바이를 선택하길 참 잘했다 싶었죠. 그런데 올라가면서 보니 현지인들은 모두 긴팔 옷을 입더라고요. 우린 젊으니까! 아랑곳 않고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를 고수했는데, 한 시간 가량 아침바람을 맞으며 달리다보니 너무 추워서 턱이 덜덜 떨렸습니다. 여러분은 보꼬산에 가실 때 젊음도 좋지만 긴팔 옷을 꼭 챙기세요.

캄포트의 오토바이 렌트 비용은 하루 6달러(7200원)입니다. 2000원어치만 주유하면 하루 종일 달릴 수 있고요. 참, 캄보디아에서 오토바이를 탈 때 주의해야 할 게 있어요. 바로 경찰(POLICE)! 외국인 여행자를 대상으로 돈을 요구하는 하는 경찰이 종종 있거든요. 다행히 이날 우리는 한 번도 경찰을 만나지 않았어요. 아마도 우리가 너무나 현지인처럼 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캄포트 외 다른 도시에선 “캄보디아에서 사진 촬영을 하려면 돈을 내라”는 경찰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당연히 우린 돈을 안 냈죠. 그런 말도 안 되는 요구가 어디 있어요. 그냥 멀뚱멀뚱 쳐다보며 우리 갈 길만 갔답니다. 라오스에서는 잼(전재민)이 드론을 날리고 있는데, 경찰이 다가와서 “돈을 내라”고 한 적도 있지요. 그때도 안 내고 버텼죠. 그런데 알고 보니 라오스는 공산주의 잔재가 남아 있어 드론을 엄격히 규제하는 나라였어요. 원래 드론을 날리면 안 되는 거였는데 우리가 몰랐던 거죠.(ㅠㅠ) 여행지 사전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셨죠?

그렇게 오토바이로 한 시간을 달려 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여기는 보꼬 산 정상입니다'라고 쓴 이정표나 비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웬걸. 여기는 산 정상에 건물들만 보이네요. 호텔과 교회, 사찰, 프랑스 식민지시절의 오래된 건물까지. 국립공원이라고 해서 산과 나무가 있는 멋진 자연 경관을 기대했는데 솔직히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나마 건물들이 바다를 가리지는 않아서 다행입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바다 풍경 덕분에 가슴까지 뻥 뚫리는 기분이었습니다. 보꼬 산에는 이 밖에도 폭포와 호수 등이 있어요.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산책하기 좋죠.

캄포트는 국립공원 말고도 강, 바다, 동굴, 음식 등등 없는 거 빼고 다 있는 마을입니다. 강에서 카약을 타며 석양을 볼 수 있고, 캄포트에서 30분정도 떨어진 해변마을 켑(Kep)에서 해수욕도 즐길 수 있습니다.

신나게 놀았더니 배가 너무 고팠어요. 마침 좌판 위에 늘어선 살찐 게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캄포트의 넓은 강에서 잡은 게는 이곳 특산물입니다. 수확량이 많아서 그런 지 값도 비싸지 않아요. 1kg에 5달러(6000원). 1만원이면 둘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죠. 하지만 우린 게 좌판은 그냥 지나쳤습니다. 가난한 여행자라서 그랬냐고요? 아니요. 쏭(김송희)이 해산물을 아예 안 먹는답니다.(ㅠㅠ) 비린내를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게 요리 말고, 후추를 이용한 요리를 추천합니다. 캄포트는 세계적인 후추 산지입니다. 레스토랑마다 살찐 게에 통후추를 곁들인 요리를 내놓죠. 게 요리를 먹고 난 후엔 두리안에 도전해보세요. 냄새가 난다고요? 전 아주 맛있게 먹었는데…. 개인의 취향 차이겠죠.

 캄포트서 여행을 즐긴 후에는 차로 두세 시간 떨어진 해변도시 시하누크빌에 방문해도 좋습니다. 아직 개발이 덜 된 한적한 오뜨레스 해변에서 코코넛 음료 하나 시켜놓고 바다만 바라봐도 우린 좋았어요. 조금 힘들긴 하지만 오토바이로도 이동할 수 있답니다.

저희는 시하누크빌에서도 오토바이의 매력에 빠져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답니다. 지금 생각해도 흥미진진한 여행이었죠. 이상으로 캄보디아 남부여행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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