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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월성 1호기 연장 취소 판결, 안전 강화 계기 삼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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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경북 경주 월성원전 1호기의 수명을 10년 연장한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결정을 취소하라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 7일 나왔다. 원전 인근 주민들은 1983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월성 1호기의 설계 수명 기간 30년 만료를 앞두고 원안위가 수명을 연장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월성 1호기를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 측이 수명 연장 과정에서 관련 법령이 요구하는 필수서류 7개 중 1개만 제출했고, 운영 변경 전후 비교표의 내용도 부실했으며, 원안위의 안정성 평가 역시 허술했다며 이런 판결을 내렸다. 한마디로 안전을 생명으로 하는 원전의 수명 연장 과정에서 행정처리와 안정성 평가 모두가 허술했다는 게 판결 내용이다.

원안위와 한수원은 재판부가 원고의 손을 들어준 이유를 곱씹어야 한다. 재판부는 판결을 통해 원자력 안전과 관련한 행정절차는 빈틈없고 치밀하게 운영돼야 한다는 점을 새삼 일깨워주었다. 안전 확보는 원전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필수조건이다. 물론 설계 수명이 지났다고 안전이 당장 위협받는 것은 아니다. 설계 수명은 원자력 규제기관인 원안위가 운영을 허가한 기간일 뿐이다. 그간 원자력 유지·보수 기술의 발전과 경험 축적 덕분에 안전조치만 따르면 수명 연장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문제는 이를 위한 행정절차의 엄밀성이다. 원전 관련 법령은 안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믿음을 떠받치는 대국민 약속이다. 원전 운영사인 한수원은 물론 안전을 감독해야 할 원안위가 이를 철저히 따르지 않으면 지역 주민과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이번 소송 사태도 결국 주민 신뢰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벌어진 걸로 볼 수 있다.

 원안위와 한수원은 이번 판결을 원전 안전과 행정절차의 엄밀성, 그리고 주민들과 소통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는 이 땅에서 원전을 지속적으로 가동하기 위한 기초다. 원고 측도 이번 판결이 절차상의 하자를 지적한 것일 뿐 원전의 수명 연장 자체를 막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