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축구 경기 관람을 위해…자전거로 1만1700㎞ 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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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규씨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인과 팔로어에게 중국~영국 1만7190㎞의 자전거 여행을 소식을 전했다. [사진 이준규씨 인스타그램]

이준규씨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인과 팔로어에게 중국~영국 1만7190㎞의 자전거 여행을 소식을 전했다. [사진 이준규씨 인스타그램]

1만7190㎞. 축구 경기 관람을 위해 한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달린 거리다. 235일이 걸렸고, 중국·몽골·러시아·체코·독일 등 12개 나라를 지났다.

이준규씨 중국서 영국까지 자전거 횡단
영국 프로축구 리버풀 경기 관람이 목표

이 ‘정신 나간’ 짓을 한 사람은 영국의 프로축구 팀 리버풀 팬 이준규(25)씨다. 그는 지난해 6월 중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인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다.

자전거 여행의 목표는 오로지 리버풀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이씨는 한국에서 직접 출발하고 싶었지만 북한이라는 벽에 막혀 중국을 출발지로 정했다.

그는 힘차게 페달을 밟아 7개월여 만인 지난달 31일 영국의 북서부 리버풀에 도착했다. 정확히 235일이 걸렸고, 총 1만7190㎞를 달렸다. 잠은 숲속이나 벌판 등지에 텐트를 치고 해결했다.

그의 대장정은 리버풀 축구단 훈련장인 멜우드트레이닝센터에서 끝났다. 그는 최근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전거로 리버풀에 도착했을 때는 정말 짜릿했다”며 “(리버풀의 홈구장인) 안필드를 내 눈으로 본 것은 정말 굉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씨는 기대했던 리버풀 경기를 직접 관람하지 못했다. 무려 235일 달려 왔지만 정작 ‘티켓’을 구할 수 없었던 때문이다.

[사진 이준규씨 인스타그램]

[사진 이준규씨 인스타그램]
[사진 이준규씨 인스타그램]
[사진 이준규씨 인스타그램]
[사진 이준규씨 인스타그램]
[사진 이준규씨 인스타그램]

그러나 이씨의 사연을 전해들은 리버풀 구단 관계자가 그에게 스타디움 투어 패키지와 함께 2월 12일 예정된 토트넘전 티켓을 선물했다. 토트넘은 한국인 공격수 손흥민이 활약 중인 팀이기도 하다.

그는 현지 언론에 “사람들이 처음엔 미쳤다고 했다”며 “그러나 ‘너는 절대 혼자 걷지 않을 거야(You will never walk alone)’라는 리버풀의 깃발이 있었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다시 자전거를 타고 돌아갈지 여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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