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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리셋 코리아

혁신 중소기업에 청년 일자리 5만 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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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기자 중앙일보

경제분과 청년 실업률 5%로 낮추자

3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근 6개월 인턴으로 중견기업에 들어간 이모(27)씨는 “대졸 직후 실업자가 안 되고 일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만으로도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3년간 세 회사를 비정규직으로 전전하다 올 초부터 독서실에서 책과 씨름하고 있는 한모(26·여)씨는 “월세 내고 생활비 쓰면 남는 게 없는 비정규직으로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해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취업만으로는 4차 산업혁명 못 따라가
올해 일자리 예산 17조원 중 1조만 아끼면 가능해
창업 생태계, 서비스 규제프리, 점진적 퇴직으로
일자리 20만 개 만들어 청년 실업률 9.8% → 5%로

한국의 청년들이 아찔한 고용절벽 앞에 서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정규 취업은커녕 인턴조차 될까 말까 한 극심한 취업난에 내몰리고 있다. 이런 현실은 청년 실업률(15~29세)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현재 방식의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높은 9.8%를 기록했다. 아직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은 43만5000명에 이른다. 취업준비생 62만 명을 포함하면 체감실업률은 20%대로 치솟는다. 청년 다섯 중 한 명꼴로 실업자로 방치돼 있다는 의미다.

청년 일자리 불임 현상은 연평균 성장률 2%대로 주저앉은 한국 경제의 체력 저하를 비추는 거울이다. 이종화 고려대 교수는 “성장이 둔화되면 일자리도 줄어든다”며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한국은 젊은 층의 3포(연애·결혼·출산 포기)나 N포 현상 고착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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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배민호]

[일러스트 배민호]

청년은 기댈 곳이 없다. 국가 컨트롤타워는 대통령 탄핵으로 고장 나 있고, 민생을 구해야 할 정치권은 머지않아 대선을 앞두고 있는데도 실효성 있는 일자리 창출 이슈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선 지지율 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공공부문에서 일자리 81만 개를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흐름과 부합하지 않는다. 정 어쩔 수 없으면 자원봉사나 하라는 대선후보도 있었다.

이같이 공허한 대선 공약은 낡은 제도와 관행을 바꾸자는 중앙일보·JTBC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 코리아’가 운영하는 시민마이크의 목소리와도 다르다. 시민 주열매씨는 “청년들이 취업으로 좌절하지 않는 나라를 꿈꾼다”고 말했다. 황병준씨는 “취업 한파가 완화되길 바란다”고 했으며 오영섭씨는 “청년 실업이 100% 해소되는 원년이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리셋 코리아 경제분과는 이런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창업 생태계를 혁신하고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 리셋 코리아 경제분과는 ▶창업 생태계 혁신 ▶서비스산업에 신규 사업이 진입할 때 규제하지 않는 규제 프리 샌드박스 설치 ▶점진적 퇴직제도(임금피크 근로자의 근로시간·임금 줄여 청년 일자리 만드는 제도)를 도입해 각각 5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금은 비상 시기인 만큼 단기적으로는 정부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가 청년 5만 명을 선발해 혁신형 중소기업에서 일하도록 하고 연봉의 절반을 최대 2000만원 한도에서 지원하는 방안이다. 예산은 1조원이다. 재원은 중견기업 참여가 저조한 청년인턴 지원과 고용장려금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등 올해 일자리 예산 17조5000억원을 구조조정해 조달하면 된다. 재정을 쓰지만 민간에 인력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일부 대선주자가 제시하는 공무원 증원과는 다르다. 이런 식으로 일자리 20만 개를 만들면 청년 실업률은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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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일자리 위축은 세계적 현상이다. 하지만 주요국은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도약의 계기로 삼고 있다. 미국 국민이 좌충우돌하는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택한 것도 일자리를 만들라는 명령이다.

일본이 일손 부족을 겪을 정도로 취업이 잘되는 것도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의 세 번째 화살인 구조개혁 시도가 기업의 투자 심리를 되살린 덕분이다. 일본의 유효구인배율은 지난해 1.43을 기록했다. 기업 100곳은 신규 근로자를 확보하지만 43곳은 새로운 일손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대졸자의 취업률은 97%에 달한다.

중국이 경제대국이 된 것도 강력한 경제 리더십의 결과다. 2000년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이 발표한 ‘3개 대표론’은 공산당이 노동자·농민뿐 아니라 지식인·자본가의 근본이익을 대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국은 이제 과실을 거두고 있다. 대졸 창업자가 연 300만 명씩 쏟아져 나오고, 벤처기업이 장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신싼반(新三板)’ 상장기업은 1만 개에 달해 한국 전체 상장사의 다섯 배에 이를 정도로 창업 열기가 뜨겁다. 지난해 대졸자 취업률은 90.6%였다.

김동호 논설위원 dong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