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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저스가 만든 ‘AI 마트’ 미국 800만 일자리를 위협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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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계산원 없이 스마트폰 자동결제
재고 정리는 로봇 직원이 담당
평균 89명 마트직원 6명으로 줄여
올해 런던서 1호 매장 오픈 예정

베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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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8~3715㎡(280~1120평) 크기의 매장에 ‘인간 직원’은 3~6명이면 충분하다. 4000여 가지 물품의 재고 정리 등은 ‘로봇 직원’이 담당한다. 계산원도 계산대도 필요 없다. 물건을 집어 드는 순간 ‘스마트폰 장바구니’에 등록된다.”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포스트,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이 전한 ‘아마존고(amazon go)’의 모습이다. 아마존고는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이 만드는 오프라인 마트다.

가디언에 따르면 아마존고 공식 1호 매장은 올해 영국 런던 시내 중심가에 문을 연다. 지난해 12월 미국 시애틀의 아마존 본사 앞에 아마존고 시범 매장이 선보였지만 이곳은 자사 직원들만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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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이 오프라인 서점은 물론 마트·의류 매장 등 동네 상권에 진출할 계획을 드러내자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아마존은 “아직 사업 준비 단계에 불과하다”며 여러 차례 부인했지만, 아마존의 야심 찬 오프라인 사업 구상은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① 스마트폰으로 회원 인증을 하고 아마존고 매장에 들어가 ② 물건을 들고 결제 과정 없이 매장을 나오면 된다. ③ 자동 결제된 구입 내역은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아마존]

① 스마트폰으로 회원 인증을 하고 아마존고 매장에 들어가 ② 물건을 들고 결제 과정 없이 매장을 나오면 된다. ③ 자동 결제된 구입 내역은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아마존]

오프라인 시장에 도전장을 낸 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로봇을 통한 무인자동화와 이를 통한 비용 절감에 방점을 찍었다. 1층 매장에는 상품을 진열하는 직원, 고객 등록 담당,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 고객을 돕는 직원 2명 등 총 4명이 근무한다. 2층 창고에는 재고를 정리하는 로봇과 이들을 돕는 직원 2명이 있다. 한가한 시간에는 총 근무 인원을 최대 3명까지 줄일 수 있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아마존고 영상에선 고객이 물건을 집어 들면 스마트폰이 알아서 물건을 인식한다. 자동화 덕분에 아마존고는 20%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 식품소매업연합(FMI)에 따르면 미국의 마트·식료품점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7%다. 마트·식료품점의 평균 직원 수가 89명이지만 아마존고의 직원 수는 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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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위에 위치한 2층 물류창고에서는 2명의 ‘인간직원’이 다수의 ‘로봇 직원’의 업무를 지원한다.

매장 위에 위치한 2층 물류창고에서는 2명의 ‘인간직원’이 다수의 ‘로봇 직원’의 업무를 지원한다.

아마존고가 지향하는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외신들은 ‘O4O’(Online for Offline)라고 한다. 온라인 기업이 보유한 고객의 데이터베이스로 오프라인에서 새로운 매출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아마존 프레시(식료품 당일 배송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유료 배송 서비스) 등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아마존고로 고객을 유인할 계획이다. 아마존이 이처럼 오프라인 유통까지 장악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온라인만으론 마트·수퍼마켓 등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규모를 따라잡을 수 없어서다. 지난해 미국 월마트의 매출은 4860억 달러(약 555조원)로 아마존 매출(1070억 달러·약 122조원)의 네 배를 넘는다.

가디언 “노동·경제 구조 재편할 것”

아마존의 ‘드론 택배’는 고객이 아마존고에서 구입한 물건을 원하는 장소로 배송해 준다.

아마존의 ‘드론 택배’는 고객이 아마존고에서 구입한 물건을 원하는 장소로 배송해 준다.

한국에서는 유통업계 1위인 롯데가 ‘스마트 쇼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0월 SK텔레콤과 손잡고 카트 없이 쇼핑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고객이 스캐너를 들고 원하는 물건의 바코드를 인식하면 물건이 담긴다. 원하는 날짜와 장소에서 물건을 받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유통 혁명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은 확실하다. 미국의 소매상점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800만 명으로 미국 전체 노동 인구의 6%를 차지한다. 이들 대부분이 저소득층인 것도 문제다. 영국 가디언은 “아마존고가 단순히 일자리를 없애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 및 경제 구조를 재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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