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대통령 ‘블랙리스트’ 개입 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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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작성·관리 등에 박근혜 대통령이 개입한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주도한 혐의를 받는 김기춘(79)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7일 구속기소하면서 이들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피의사실을 함께 적었다. 이규철 특검보는 “박 대통령에 관한 내용이 공소장 내용에 피의사실로 일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앞서 블랙리스트 운용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김종덕(60) 전 문체부 장관 등 3명을 구속기소하면서도 박 대통령이 공모했다고 공소장에 기재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헌법상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지은 경우 외에는 현직 대통령 소추를 금지하고 있어 박 대통령을 기소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작성 주도한 김기춘·조윤선 기소
“공소장에 대통령 피의사실도 포함”
청와대 “9·10일 중 대통령 대면조사”

특검팀은 이날 별도의 수사 결과 발표도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 측과 협의 중인 대면조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특검보는 “대면조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피의사실 공표 논란이 있을 수 있어 공소장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을 대면조사해 블랙리스트 관여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대면조사와 관련해 “9일과 10일 양일을 놓고 날짜를 특검팀과 조율 중이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인터넷 방송인 정규재tv와의 인터뷰에서 블랙리스트에 대해 “나는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김 전 비서실장과 조 전 장관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영화진흥위원회 등에 정부와 견해를 달리하는 문화예술인 및 단체에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도록 압박한 혐의(직권남용, 강요)를 받고 있다. 국회에서 블랙리스트에 관해 위증한 혐의(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도 공소사실에 포함돼 있다. 문체부 공무원 ‘찍어내기’ 인사 의혹과 관련해 실장급 3명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 노태강 전 체육국장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도 이에 들어 있다.

특검팀은 이와 함께 블랙리스트 작성·전달 등에 가담한 혐의로 김상률(57)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과 김소영(57)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을 불구속기소했다.

정진우·김나한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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